법원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그가 불법 댓글 조작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김 지사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직접 참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에게 댓글 작업이 필요한 인터넷주소(URL)를 직접 보내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가 불법 댓글 조작에 주관하거나 세세하게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주범 김씨와 일명 ‘둘리’로 불리는 공범 우모씨 등이 범행을 계속하는 것을 동의·승인해주는 등 연루된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증거의 유무와 관련 시기 등이 큰 변수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9일 전후의 네이버 로그 기록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이 기록을 근거로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의 ‘옥중기록’을 보면 강의장에서 킹크랩과 관련해 김 지사에게 브리핑을 했다는 내용이 적힌 점도 이번 판결의 핵심 증거로 작용했다. 법원은 다만 이른바 ‘역작업’에 대해서는 공모와 무관하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역작업이란 김씨 일당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부정적 내용으로 달린 댓글에 공감 클릭을 집단적으로 한 행위를 말한다.
법원은 아울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을 내렸다. 김 지사가 김씨를 통해 도두형 변호사를 센다이 총영사직에 추천한 시점을 감안할 때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추천했다고 보기는 무리라고 법원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기가 대선 직후로 김 지사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거나 입후보할 의사를 가졌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씨가 도 변호사를 일본 총영사로 제안한 것에 대해 대선 댓글 작업의 대가나 보답으로 여긴 점도 이번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이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마지막 ‘공’은 대법으로 넘어갔다. 대법에서 2심 선고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100만원 이상의 확정 판결을 할 경우 김 지사는 당선무효가 된다. 반면 2심 선고를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다면 사건을 다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김 지사 쪽은 물론 허익범 특별검사 측도 모두 이날 상고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 여권 전체도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차기 여권 대선 주자 판도를 바꾸기는커녕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주자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로서도 이후의 대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지사의 실형 선고를 두고 유불리를 따지다가는 ‘친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서다. 당분간 ‘당심’과 ‘민심’을 저울질하며 대선 보폭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여당 의원은 “1심에 비해 유리한 증거나 증언들이 많아 결과를 낙관했는데 최악의 상황”이라며 “민심 이반 속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지사가 민주당 첫 경남지사라는 점에서 부산·울산·경남(PK)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반면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2심 결과로 김 지사가 사실상 대선주자 레이스에서 제외되면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당심이 빠르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김 지사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며 이 대표와 이 지사 사이에서 지지를 유보했던 ‘친문’ 표심이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개각 국면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당으로 돌아올 경우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전망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현덕·송종호·이희조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