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홍콩·상하이 동시상장을 추진하다 중국 정부에 의해 무기한 연기된 핀테크기업 앤트그룹이 보다 ‘은행’에 가깝게 감독관리되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앤트그룹의 상장과 관련된 로펌을 인용해 “기업공개(IPO)가 한번 연기된 앤트그룹이 새로 계획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최소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시간보다는 기업가치 하락 측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문제의 핵심은 앤트에게 새로운 규제가 추가된 점”이라고 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로운 규제안에 따르면 앤트그룹과 같은 인터넷대출 플랫폼은 앞으로 대출 자금의 30% 이상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현재는 앤트의 부담비중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은행 등에서 나왔다. 또한 개인대출의 상한은 30만위안(약 5,100만원)으로 제한되고 대출자 개인연봉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제로 앤트그룹의 리스크부담이 커지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트그룹은 은행 등 기존 금융업체와 대출자 사이를 첨단기술 플랫폼으로 중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앤트그룹이 은행에 더 가깝게 취급된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앤트그룹의 지난 상반기 매출에서 인터넷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됐다.
피야시 굽타 싱가포르은행 DBS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앤트그룹의 비즈니스모델을 새로 짜야 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DBS는 앤트그룹의 IPO을 주관하는 은행 중 한 곳이다.
투자업체 폴라캐피털의 제리 우 펀드매니저도 “앤트그룹이 IPO를 재시도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며 “규제 강화로 앤트그룹의 성장 기대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앤트그룹이 조만간 상장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6개월 혹은 9개월, 아니면 1~2년까지도 지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앤트그룹은 지난 5일 홍콩·상하이 동시상장 예정일을 하루 정도 남겨 놓고 당국의 요구에 따라 일정 중단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앤트그룹 창업자인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에 비판적인 연설을 한 것으로 두고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앤트그룹은 당초 동시상장으로 345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최대 3,20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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