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너무 뜨거워”
늦은 시간 남편은 깜짝 놀라며 우는 아이를 안고 다가왔습니다.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38.5, 39... 점점 열이 오르고 있었죠. 서둘러 상비약 상자를 열었습니다. 어린이 해열제, 어린이 해열제... 집에는 두 가지 어린이 해열제가 있었죠. 하나는 일주일 쯤 전 병원에서 독감예방접종을 한 후 처방 받은 ‘맥시부펜’. 또 다른 하나는 지인이 사다 준 ‘부루펜 시럽’이었습니다.
아이가 두 돌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집에서 해열제를 사용할 정도의 고열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우왕좌왕 했습니다. 지금 해열제를 먹여도 되나? 해열제를 먹이면 저체온이 올 수도 있다는데? 둘 중 어떤 약을 써야 하는거지? 맥시부펜은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니 이 약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나름 논리적인 고민 끝에 맥시부펜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아이는 두 시간 후 다시 고통스러워하며 깼습니다. 약을 한 번 더 먹여야 하는 걸까?
‘다른 브랜드의 해열제를 두 시간 뒤에 먹이면 된다던데... ’ 다른 엄마들로부터 얼핏 들은 이야기를 확인해보고자 서둘러 검색을 하던 저는 절망했습니다. 집에 있는 또 다른 해열제 ‘부루펜 시럽’을 지금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터넷 맘카페와 블로그에서는 ‘열이 내리지 않으면 기존에 복용한 해열제와 다른 계열 해열제를 교차복용 하라’고 조언하는데, 부루펜 과 맥시부펜은 교차복용이 불가능한 약이었습니다. 부루펜과 맥시부펜은 ‘한 가지 해열제’인 셈이죠.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 맥시부펜과 부루펜…“교차복용 안돼” |
해열제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덱시부프로펜’ 입니다. 이름이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부모님들이 흔히 접하는 해열제 브랜드를 활용해 ‘부루펜계열(이부프로펜)’ ‘타이레놀계열(아세트아미노펜)’ ‘맥시부펜 계열(덱시부프로펜)’이라고 설명 하겠습니다. .
부루펜 계열과 타이레놀 계열은 서로 다른 약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넘었다면 부루펜 계열을, 6개월 전에는 타이레놀계열을 권합니다. 다만 타이레놀 계열은 생후 4개월 이후부터 복용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의사선생님께서 처방해주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맥시부펜은 부루펜 계열 약에서 일부 부작용 등을 분리해 낸 성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맥시부펜은 부루펜계열과 ‘같은 계열’이고, 그래서 교차 복용할 수 없는 셈입니다.
반면 부루펜과 타이레놀은 ‘다른 계열’의 약입니다. 효능과 부작용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부루펜 계열은 진통·해열·소염 작용을 하지만 타이레놀계열의 약은 소염(염증을 없앰) 작용이 없습니다. 맥시부펜(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의 단점을 보완한 형태로 강한 해열과 소염작용을 해 적은 양으로도 빠른 해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약이 그렇듯 각 성분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권예리 약사의 저서 ‘이 약 먹어도 될까요’에 따르면 부루펜 계열은 ‘위장장애’가 대표적 부작용입니다. 복용 후 토하거나 설사를 할 때는 먹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도 있습니다. 타이레놀계열의 약은 대체로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을 때 다른 감기약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중복으로 먹지 않도록 의·약사에게 물어보고 복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체중과 나이에 맞지 않게 많이 복용할 경우 간 손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 교차복용 괜찮은 걸까? 의료계 ‘기본적으로는 권하지 않아’ |
기본적으로 국내외 의료계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해열제 교차복용’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해열제를 과잉복용하면 간, 신장 등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열제 복용 간격이 4~6시간인데 열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4시간은 40시간처럼 느릿느릿 갑니다. 우리 다 그 마음 알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적으로 교차복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복약 시 가장 중요한 건 정해진 양을 지켜서 복용하는 일입니다. 어린이는 약이 몸에 미치는 영향이 성인과 다릅니다. 때문에 나이와 체중에 맞는 용법과 용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병원에 갈 수 없는 경우에만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해열제를 복용해야 하며 대부분은 의사의 복약지도를 받아야 하죠. 의약품에는 대부분 복약법이 표기돼 있는데요 이 때 중요한 건 연령보다는 체중에 따라 권장용량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연령에 비해 체중이 낮다면 해당 체중에 맞게 복용하는 게 좋습니다.
교차복용의 간격은 통상 2시간입니다. 같은 계열의 해열제는 4~6시간 혹은 6~8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데요, 다른 계열의 해열제는 2시간 간격으로 복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부루펜계열과 맥시부펜 계열은 교차복용 금지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