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11일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의 조속한 판결과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에 은빛 개량한복을 차려입고 결연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소송의 원고 중 1명인 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년 전에 소송을 냈는데 한 게 뭐가 있느냐. 왜 해결을 못 해주는 것이냐”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면서 “열네 살에 조선의 아이로 끌려가 대한민국의 노인이 돼 이 자리에 왔다”면서 “판사님과 법만 믿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저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기다려줍니까 해가 기다려 줍니까. 나이 90이 넘도록 판사님 앞에서 호소해야 합니까”라며 울먹였다.
특히 이 할머니는 법정에서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가 아닌 천부인권을 가진 인간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할머니는 법정을 떠나면서도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일본을 향해 “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죄하고 배상하지 않으면 영원히 전범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대리인은 앞선 재판에서처럼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고 이 소송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마지막 재판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1명은 2016년 12월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일본을 상대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소장을 송달받지 않으면서 재판은 지연됐고 법원이 공시송달을 확정하자 ‘주권면제’(국가면제) 원칙을 내세우며 소 각하를 주장했다. 주권면제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재판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을 면제해 주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3일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에 앞서 2017년 1월 원고 1명이 소를 취하했고 고령인 피해자 일부는 별세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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