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43년 전 부친이 기증한 건물을 재건립하기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통 큰 기부에 나선다.
이 회장은 13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KCC오토타워에서 울산 종하체육관 재건립을 위한 기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부액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수백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울산시 안팎의 추정이다.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은 “울산의 미래 발전을 위해 울산시민이 100년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이 회장이 종하체육관을 울산의 미래 발전을 위한 복합시설로 재건립해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체육관은 앞으로 한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울산 청년 창업자를 위한 ‘창업공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공간’, 울산시민들이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등을 갖추게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을 맞아 6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인재 양성, 벤처 육성, 기술발굴을 통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에 종하체육관의 다목적복합시설 재건립을 위해 기부를 약속한 것도 이 같은 약속의 실천이라고 해석된다.
종하체육관은 1977년 11월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종하 선생이 기증한 건물이다. 당시 울산은 급속히 인구가 늘었으나 실내체육관이 없어 도내 체육대회를 초등학교에서 치러야 했다. 이에 이 선생은 토지 1만2,740㎡와 건립비용 1억3,000만원을 기부해 관람석 1,200석 규모의 체육관을 건립했다.
하지만 지은 지 43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진행돼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울산시가 재건립을 추진했지만 500억원 이상 소요되는 예산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기부 약속으로 종하체육관 재건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철호 울산 시장은 “선대의 뜻을 이어 울산 발전을 위해 새로운 건물을 건립한 후 전국 최초로 대를 이어 기부한 이 회장의 큰 뜻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35년 울산에서 태어나 1953년 경기고, 1958년 미시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67년 ‘국내 1호 소프트웨어(SW) 기업’인 한국전자계산소(KCC정보통신의 전신)를 설립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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