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영아를 입양한 뒤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계모가 구속된 가운데, 사건 당시 계모 A씨의 여유로웠던 모습이 포착된 CCTV 장면이 공개됐다.
12일 채널A가 입수해 보도한 CCTV 영상에 따르면 A씨는 입양아 B양이 사망한 당일일 지난달 13일 오전 10시30분께 B양을 집에 남겨둔 채로 친딸 첫째를 태운 유모차를 끌면서 집 근처 시장에 나타났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A씨는 속옷매장 앞에서 잠시 멈춰서 있다가 유모차를 밀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다. 이후 10분 뒤 A씨는 빈 유모차를 끌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자택에서 6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친딸을 데려다준 뒤 귀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B양은 위독한 상태로 집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귀가 10분여가 지난 10시42분께 B양을 안고 집을 나섰다. A씨는 B양이 위독한 상황임에도 119구급차가 아닌 택시를 불렀다.
채널A에 따르면 당시 A씨 모녀를 태운 택시기사는 “(당시 A씨는) 피부색이 파랗게 질린 아이를 두고도 담담하게 전화 통화를 했다”며 “(A씨에게) ‘상황이 급박해 보이는데 119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고 수차례 권했는데 A씨는 태연하게 ‘119가 택시보다 빨라요?’라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택시기사는 거듭 119구급차를 부르라고 몇 차례 더 권유했고 그제야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대원 지시로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으로 B양을 데려갔으나 아이는 6시간의 치료 끝에 결국 숨졌다. 숨진 B양은 병원에 실려 올 당시 복부와 뇌에 큰 상처가 있었다. A씨는 “아이가 소파에서 매트 깔린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으나, 아동 학대를 의심한 병원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A씨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B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지난 2월 친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아이를 입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가 시작돼 어린이집에서 B양 이마의 멍 자국을 시작으로 사나흘 간격으로 아이 얼굴과 배, 허벅지에서 멍이 계속 발견됐다.
A씨는 B양이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3월 초부터 4시간가량 집에 혼자 두는 등 16차례나 아이를 방치했고, 친딸을 데리고 외식하면서 B양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두는 경우도 있었다. 또 7월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B양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폭행 장면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B양 입양 후 3차례 아동학대 신고도 있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해 B양을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이 사망 당일에도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라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으며, B양이 숨진 바로 다음 날엔 동네 이웃에게 ‘물건 공동구매’를 제안하는 등의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에는 EBS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 ‘어느 평범한 가족’에 출연해 B양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아이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비공개 처리됐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