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한일 정상 회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언급한 것은 일본측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에 앞서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면서 바이든 시대에 대비한 한미일 공조체계 구축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을 두고 문 정부와 민주당이 ‘도쿄올림픽 성공에 대한 협조’를 한일관계 회복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제안하며 도쿄올림픽을 언급한 상황에서 민주당도 일본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 대표가 공식적인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을 수 차례 언급하며 “한일 간 막힌 여러 문제를 풀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스가 총리측에 일본내 여론을 달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후 외교 안보 라인 구축이 완료되는 시기가 내년 7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라인 구축 이전에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에 앞서 한일 관계를 개선을 이끌어 내 한미일 협력 체제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바이든 당선인은 단순 한미 관계 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 동맹을 포함해 다자 협력 체제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당시에도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축(린치핀)”이라며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한 바 있다.
당정의 이 방안은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도 유사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진단됐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도 2002년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를 향한 양국 국민의 협력 약속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실제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스가 총리를 만나 도쿄올림픽을 한일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을 것을 재차 언급했다. 김진표 의원은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의원연맹이 중심이 돼 양국의 교류 협력을 열심히 해서, 양국 지도자들이 어려운 한일 현안을 타결해 나가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스가 총리에게) 했다”고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스가 총리는 이에 고맙다는 뜻을 표하면서 ‘그렇게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양국 의원연맹은 전날에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특별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일제 조선인 징용 노동자)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한일관계가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양국 간 의원 외교가 ‘한일관계 개선을 향한 환경 조성’에 공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최우선시하고 있어 도쿄올림픽만으로 당장 일본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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