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조계종 내분인 이른바 ‘조계종 사태’로 멸빈(체탈도첩) 처분을 받아 승적이 영구박탈된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26년 만에 승적을 회복한데 이어 조만간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大宗師)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조계종에 따르면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12일 열린 정기종회에서 대종사 후보로 오른 서 전 원장에 대한 법계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서 전 원장은 원로회의 인준과 법계 품서식을 거쳐 정식으로 대종사에 오르게 된다. 원로회의 인준은 정기종회의 결정을 승인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사실상 서 전 원장은 내년 초 정식으로 대종사에 오를 전망이다. 대종사는 조계종 비구승들의 6단계 법계 중 최고 단계로 승납 40년 이상, 연령 70세 이상의 종사(5단계) 법계를 받은 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조계종 내에서도 대종사는 5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서 전 원장은 1994년 3선 연임을 강행하려다 종단개혁세력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서 전 원장 측은 연임에 반대하는 스님과 신도들을 제압하기 위해 조계사 내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양측의 충돌이 폭력 사태로 비화한 ‘조계종 사태’를 불러왔다. 서 전 원장은 선거를 강행해 3선에 성공했지만 전국승려대회에서 멸빈이 결의됐고, 종단 원로회의에서 이를 승인하자 2주 만에 총무원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종단개혁을 위해 출범한 ‘개혁회의’는 서 전 원장의 승적을 삭제했고, 같은 해 6월 열린 호계위에서도 종단 및 승려 명예훼손 등으로 최종적으로 멸빈 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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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 전 원장은 2015년 멸빈 처분 당시 징계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호계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 처분을 받았다. 당시 종단 내외부에서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서 전 원장은 10년마다 소속 승려의 신분을 확인하는 ‘승려 분한(分限)’ 심사를 통과해 올해 초 승적을 회복했다. 승적이 박탈된 지 26년 만이다. 현재 서 전 원장은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 회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조계종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불교계 시민단체인 신대승네트워크는 입장문을 통해 서 전 원장의 승적 복원과 대종사 법계 품수 추진은 종헌 위배 행위라며 비난했다. 신대승네트워크는 “서 전 원장은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한 인적청산의 상징”이라며 “(서 전 원장의 승적 복원과 대종사 법계 품수 추진은)종단의 법계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어른 스님들과 선지식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신대승네트워크는 종단에 서 전 원장의 승적 복원 및 대종사 법계 품수 취소와 멸빈제도와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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