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피의자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수 백 년 투쟁의 결과물인 헌법을 ‘헌신짝’처럼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해당 법 제정 지시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에도 역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검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방어권 보장은) 본질적 헌법 원리이자 저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원칙”이라며 “인권을 보장하고, (피의자) 방어권을 강화하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에서 시행 중인 ‘수사권한 규제법(Regulation of Investigatory Powers Act 2000)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추 장관이 일명 ‘한동훈 금지법’ 제정 검토 지시 이후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국 수사권한 규제법과 같이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실효적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사장은 “법적으로 테러 위협 등 영국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무리한 ‘극약 처방’으로 알고 있다”며 “그나마도 (영국 등지에서) 논란이 많아 선진 법제라고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1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성명에서 언급된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민변은 ‘영국 수사권한규제법에 따르더라도, 복호화명령(암호키의 제출 명령 등)의 허가를 위해서는 국가의 안보·범죄예방·공공복리에 필요한 경우 또는 공공기관이나 법적인 권한·의무의 적절하고 효율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이러한 영국의 법 제도조차 큰 비판을 받고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해당 법 제정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한 검사장은 “이런 사안을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쓰려는 것을 누구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개인 차원의 문제라면 나서지 않겠으나 그런 차원을 넘어선 헌법의 문제이기 때문에 말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상 기본권은 국민을 최소한도에서 보호하는 보루이고, 선조들과 국민 모두가 오랜 투쟁을 통해 어렵게 얻은 결과물”이라며 “절대 이런 식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이 법 제정 검토 지시 과정에서 본인을 거론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 편 권력 비리를 수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본다”며 “20년간 검사로서 니편내편 가리지 않고 진영에 상관 없이 수사해야 하는 직분을 어느 정권에서든 계속해 왔을 뿐인데, 검찰의 정치척 중립을 지켜내야 할 법무부 장관이 이런 반응을 공개적으로 내놓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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