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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3> 나홀로 하루 1,900억 매출, 시진핑도 출연…진화하는 中 전자상거래

■내수 부양의 일등 공신 ‘라이브 커머스’

지난 17일 중국 저장성 퉁샹시 푸위안진에서 소핑호스트가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푸위안은 중국 니트산업의 중심으로 최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올해는 다소 길게 지난 1~11일 동안 진행된 중국 ‘광군제(11·11쇼핑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라이브 커머스(중국명 在線直播營銷)’였다. 특히 알리바바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 라이브(淘寶直播)’가 인기를 끌었는데 타오바오에서도 단연 ‘웨이야’라는 가수 출신의 35세 쇼핑호스트가 독보적이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웨이야 채널 방송이 진행된 10일 오후 6시58분부터 11일 새벽 2시16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이 채널에 접속한 사람은 무려 8,200만명이나 됐다. 중국 인구 14억명의 약 6%가 웨이야의 이날 온라인 생방송을 본 셈이다. 웨이야는 이 시간 동안 11억600만 위안(약 1,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그녀가 판 상품은 432만개나 됐다. 광군제 전 기간인 1일부터 11일까지 웨이야의 총 매출은 53억2,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대박’으로 평가된 알리바바의 광군제 전체 판매액(4,982억 위안)의 1% 이상을 혼자서 떠맡은 것이다.

11일 비슷한 시각 역시 타오바오 라이브에 출연한 ‘리자치’와 ‘쉐리’의 온라인 생방송을 본 사람도 각각 6,200만명, 1,700만명이나 됐다. 두 사람도 이날 각각 6억9,600만 위안, 2억5,700만 위안 어치의 물건을 팔았다. 이 정도면 사실상 하나의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1인 홈쇼핑’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주요 사례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라이브 커머스 대열에 일찌감치 합류했었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중국 산시성 시찰과정에서 상뤄시 자수이현의 한 농촌마을의 타오바오 라이브 스튜디오를 찾아 현지 특산물인 자수이 목이버섯을 홍보했다. 그가 온라인 생방송에 깜짝 출연해 “전자상거래는 빈곤퇴치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자 이날 하루 24톤에 달하는 목이버섯이 팔렸다. 시청자는 무려 2,000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보통 하루에 1만명의 시청자들이 100여건의 주문을 하던 채널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4월 20일 산시성 자수이현의 알리바바 ‘타오바오 라이브’ 현장을 찾아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신화망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과 거래 방식을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상점 이용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비대면을 무기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내수소비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6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해 5월 온라인 생방송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타오바오 라이브’ 서비스가 공식 오픈했다.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를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던 알리바바가 이번에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까지 주도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실시간 인터넷 개인 방송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고도화는 개인이 혼자서 생방송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모바일로 이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게임, 먹방, 뷰티 방송 등 종류도 점차 생활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라이브 스트리밍’ 문화를 상업 거래에서 사용하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라이브 스트리밍 커머스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라이브’ 서비스는 이러한 시장을 안착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알리바바 외에 주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은 징둥, 더우인, 샤오훙수 등이 있다.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특히 발달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과 생활에서의 밀착 이용이다. 중국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쉽게 볼 수 있는데 열명 중에 여덟·아홉명은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어차피 중국 TV방송은 공산당 정부의 선전과 홍보 프로그램으로 도배된 상황에서 그나마 온라인 콘텐츠가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앞서 확산시킨 전자상거래가 이미 일반적인 상황에서 라이브 커머스는 단지 한 단계 더 나아갔을 뿐이다. 여기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의 활성화는 라이브 커머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모바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라이브 커머스 쇼핑의 유리한 점이다.

전문가들은 라이브 커머스의 활성화는 판매자의 직접적인 설명을 듣는 것에 대한 신뢰감 상승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TV홈쇼핑에서 쇼핑호스트가 상품에 대해 말할 때 이는 단순한 TV광고 보다 더 신뢰를 준다는 것은 대부분의 연구가 동의하는 바다.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이에 더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인 셈이다.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에는 발달된 유통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홈쇼핑은 주문한 물건이 가격에 상관없이 얼마나 정확히 주문자에게 오느냐가 중요한 데 거대한 국토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상당히 합리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다. 한화로 1,000원 정도의 물건 낱개도 거의 정확하게 배달이 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물론 이는 정보통신(IT) 기술과 함께 풍부하고 값싼 택배원 인력 자원에 힘입은 바 크다. 포장재 등 쓰레기의 발생에 대해서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문화도 택배산업에 유리한 듯하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11일 광군제 기간 동안 중국 내에서 총 39억6,500만개의 택배 물량이 발생했다. 웨이야도 한몫을 한 것이다. 14억 중국인 1인당 약 2.8개의 주문을 한 셈이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11.3개의 택배가 각각 집들로 배달됐다는 이야기다.



‘타오바오 라이브’의 핵심 쇼핑호스트인 웨이야(왼쪽)와 리자치의 온라인 생방송이 모바일로 중계되고 있다. /텅쉰망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이에 주목한 것은 당연하다. 이미 중국인들은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상품을 찾아보고 주문하는데 하루 해를 보내는 데 한두 번만 클릭을 더 하면 되는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라이브 커머스 성장에는 간편한 제작환경도 도움이 됐다. 이들 플랫폼의 도움으로 비싼 홈쇼핑 시설이 없이도 스마트폰과 삼각대, 단순한 조명만 있으면 누구나 개인 방송 채널을 열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초기 자본 없이 비교적 쉽게 온라인 생방송 판매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기업은 물론 작은 가게 사장, 농촌의 농업인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한 해 타오바오 온라인 생방송에서 지역 특산물 판매에 나선 농민만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촌의 농민들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 관료들도 직접 라이브 커머스에 출연해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고 있고 중국 중앙정부는 이를 ‘빈곤퇴치’ 사업의 중요한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 시 주석이 올 초에 출연한 것도 농촌 마을의 라이브 커머스였다.

라이브 커머스 활성화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 당국에 의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광군제의 ‘대박’에서 보듯 온라인 쇼핑이 내수 소비를 늘리는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 커머스 종사자가 늘어나는 것은 실업률을 줄이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상무부는 ‘코로나19 방제기간 동안 농산물 생산·유통 연계 사업 추진에 관한 공고’를 통해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농산물 유통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는 충칭, 광저우, 항저우 등 각 도시별로 세제 혜택 등의 산업 지원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타오바오 라이브 앱 방문 시청자는 작년 동기보다 1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판매자도 220% 늘었다.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타오바오 라이브 판매의 연간 거래액은 3,500억 위안에 달했다. 이와 관련,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KPMG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4,338억 위안이었던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올해 1조5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올해의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4일 쓰촨성 베이촨현의 소수민족 창(羌)족 주민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문제점도 없지 않다. 새로 떠오르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홈쇼핑’과는 다르게 규제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수만명의 쇼핑호스트들이 다종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지만 이의 검증은 ‘개인’으로서의 쇼핑호스트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짝퉁들도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중국 당국은 늦게나마 지난 13일 ‘라이브 커머스 관리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규정은 세부적으로는 라이브 커머스의 쇼핑호스트의 연령은 16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거래량 및 ‘좋아요’ 조작 등을 처벌토록 했으며 방송 기록은 60일 이상, 거래 정보는 3년 이상 보존할 것을 규정했다.

라이브 커머스 종사자들의 빈익빈 부익부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인 40%의 월급이 1,000위안(약 17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라이브 커머스 쇼핑호스트가 한달 20만 위안을 버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전문 호스트를 꿈꾸면서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라이브 커머스 쇼핑호스트의 상위 0.7%가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가져가는 등 빈부격차는 다른 산업보다 심각하다. SCMP는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전문화·기업화할 것”이라며 “평범한 일반 종사자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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