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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쌤, 우리 아이 ‘센 약’ 주세요”…그렇게 항생제를 먹였다 [서지혜 기자의 건강한 육아]

'인류 구원자' 항생제지만...'감기'엔 효과 없어

중이염, 요로감염, 세기관지염 등에 처방 받아 복용해야

증상 호전돼도 복용 중단 안돼...올바른 복용이 내성 막아

“선생님, 약 세게 해주세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중 소아과에서 의사 선생님께 이런 요청 해 본 분들 아마 많겠죠. 기자 역시 닷새 가까이 누런 콧물을 줄줄 흘리는 아이를 안고 병원에 가 의사 선생님께 “코가 막혀 잠을 못 자요, 항생제 처방 안 해 주시나요”라고 하소연한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콧물이 말라 코가 막히고 열이 올라 밤 새 잠에서 깨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강한 약’을 써 힘든 병 수발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습니다. 당시 의사선생님은 ‘환절기 감기에 불과하다’며 끝까지 항생제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누런 콧물·중이염에는 반드시 항생제?



사실 항생제는 ‘인류의 구원자’라 불리는 고마운 약입니다. 질병에 항생제를 제대로 처방하지 않고 ‘독한 약이니 쓰지 않겠다’고 버티면 최악의 상황에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감기 처방’이 심각하게 많아 질병당국의 우려가 큽니다.

실제 감기의 80~90%는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항생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감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감기 뿐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인플루엔자, 단순 대상포진도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입니다. 이들은 항생제가 아닌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치료합니다. 때문에 특별한 합병증 없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기침, 콧물, 가래만 있다면 각 증상에 맞는 ‘대증치료’를 해야 합니다. 고열 감기도 유사합니다. 감기 초기에는 2~3일 간 고열을 동반할 수 있지만 열이 난다고 바로 항생제를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열이 난 후 항생제가 필요한 질환, 중이염, 요로감염, 세기관지염 등에는 경우에 따라 항생제가 필요하지만 ‘항상’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감기를 앓고 난 뒤 발병하는 ‘급성 중이염’의 경우 80%의 어린이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레 낫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일해,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는 항생제가 필요한 감염증입니다. 또한 5살~12살 사이의 어린이에게 주로 겨울과 가을에 발생하는 질환인 ‘인두염’의 경우 38.5도 이상의 열이 3일 이상 계속되고 세균성일 경우 항생제가 필요합니다.

이런 증상은 모두 감기와 비슷하게 호흡기 질환으로 시작하거나 38도 이상의 고열을 동반하기 때문에 절대 부모님이 스스로 판단해선 안 되며 전문가의 진찰과 처방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병원균을 정확히 분석해 효과가 있는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잘못 쓴 항생제, 어린이집 친구까지 피해봐요


하지만 기자처럼 단순히 ‘누런 콧물이 나면 항생제를 써야 한다’ 혹은 ‘항생제가 병을 빨리 낫게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 보니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많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1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국민 1천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수)은 2018년 기준 29.8로 OECD 25개국 평균(18.6)보다 1.6배나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항생제가 필요 없는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매 해 40%에 육박하는 상황입니다.



흔히 부모님들은 항생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아이에게 ‘항생제 내성’이 생긴다고 우려합니다. 이렇게 항생제를 오·남용 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복약하면 실제로 내성이 생깁니다. 하지만 내성은 아이의 ‘몸’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 내성은 아이의 몸에 침입한 ‘세균’에 생깁니다. 세균을 물리치기 위해 항생제를 먹었는데 잘못된 처방으로 세균과의 싸움에서 지면 항생제는 무력해집니다. 이 때 세균은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낸 방어능력 ‘내성’이 생깁니다. 이전보다 강력한 세균이 되는 셈입니다.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위험한 사람은 항생제를 먹은 아이 한 명이 아닙니다. 강력한 세균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아이가 어린이집 등 기관에 가면 기관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이 ‘강한 세균’에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잘못 처방 받은 항생제가 지역사회에 ‘슈퍼 박테리아’를 퍼뜨리는 셈입니다. 사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부작용 심해서 오는 2050년에는 3초당 1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이란 연구도 있습니다.



내성 막으려면…아이 증상 호전돼도 남기지 말고 끝까지



이 같은 항생제 내성을 막는 방법은 한 가지 입니다. 바로 ‘올바른 처방과 복용’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항생제를 과하게 처방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항생제를 요구해서도 안 됩니다. ‘센 약 주세요’ ‘빨리 낫는 약 주세요’ 등이 모두 이런 요구입니다. 또 한 번 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복용 중간에 아이의 증상이 호전되면 많은 부모님이 ‘이렇게 강한 약을 계속 먹일 순 없어’라며 약을 끊습니다. 이러면 증상이 호전돼도 세균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해진 양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 세균을 물리쳐야만 내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생제를 과량 복용하면 구토, 피부 발진, 설사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상 반응이 생겼을 때는 다른 계열의 항생제를 복용하게 됩니다. 이 때 이상이 생긴 약 이름을 기억해 두고 다음 처방 때 의사 선생님께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항생제 복용 후 아이가 설사를 해 유산균을 먹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 유산균은 항생제 복용 4시간 이후에 먹이길 권합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억제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유산균이 모두 사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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