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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포퓰리즘, 유권자가 심판해야

김상용 정치부장

가덕도 추진안에 TK·PK 분열양상

부산시장 보선 與책임론도 싹 덮여

與 서울서도 판흔들 이슈 쏴올릴듯

포퓰리즘 종식은 유권자 손에 달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김해 신공항에 대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까지 거론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별법에는 경제성 검증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삭제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물론 검증위의 발표를 앞두고 여권은 이미 가덕도 신공항 검증을 위한 예산 20억원을 반영하면서 속도전을 예고한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안이 실제 건설로 이어질지 논란만 남긴 채 사라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안이 내포하고 있는 정치적 함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민의힘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울산(PK) 민심이 두 개로 나뉠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가덕도를 선호하는 PK 민심과 이에 반대하는 TK 민심으로 나뉠 가능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이슈로 미약한 TK 지역의 지지율을 내어주는 대신 PK 지역 지지 기반을 확보하면서 내년 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국민의힘 내부가 PK 지역과 TK 지역 의원들로 분열양상을 보이는 것도 가덕도 이슈가 가진 또 다른 정치적 함정이기도 하다.

또 가덕도 논란으로 인해 수많은 정치적 사건이 일순간에 덮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시장직 사퇴로 인해 다시 치러진다는 점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만도 267억원에 달해 오 전 시장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뒤따라야 하지만, 수조원이 넘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에 부산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또 민주당의 후보 선출 논란도 잊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으로 치러지는 보성군수 재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한 일도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인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혔을 때의 논란도 온데간데없다. 결국 민주당은 불과 26.35%만이 참여한 전 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할 때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민주당이 더욱더 자극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분명 포퓰리즘은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정치인이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나쁜 정치 행태라고 할 수 없다. 단 국가 재정과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때의 일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현실화될 경우 결국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가덕도 이슈를 쏘아 올린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어떤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을지 걱정부터 앞선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책 사업과 국가적 대계를 차분하게 검토한 뒤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한다면 누군가는 포퓰리즘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 여부와 재정 지출의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안은 포퓰리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가, 어떻게 포퓰리즘 정책에 제동을 거느냐의 문제만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의 판단만이 건전한 정책선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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