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억도 수준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운전하는 기술은 차세대 청정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입니다. 이번에 한국의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의 성과는 미래의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기술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KSTAR연구센터를 이끄는 윤시우(사진) 센터장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태양 중심 온도 1,500만도의 7배에 달하는 1억도 수준의 플라스마를 10초 이상 운전한 것은 전 세계 핵융합 장치 중 KSTAR가 최초며 이는 핵융합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이날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가 핵융합 발전 최적 온도인 섭씨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20초 동안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이온온도 기준)의 세계 최고 기록이자 지난해 KSTAR의 초고온 플라스마 운전 기록인 8초를 2배 이상 연장한 성과다. KSTAR는 지난 2018년 실험에서 최초로 플라스마 1억도 달성(유지시간 약 1.5초)에 성공한 후 매년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초고온·고밀도 상태인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KSTAR와 같은 핵융합 장치 내부에 연료를 넣고 핵을 구성하는 이온과 전자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후 1억도 이상 초고온으로 가열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데 핵융합 토카막 장치(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도넛 모양 장치)가 필요한데 다른 핵융합 장치들은 KSTAR와 같은 초전도 자석이 아닌 상전도 구리 자석을 사용해왔다.
윤 센터장은 “그동안 다른 핵융합 장치들은 순간적으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벽을 넘지 못했다”며 “이는 상전도 장치의 운전 한계와 핵융합로 내에 안정적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운전기술의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STAR는 올해 실험에서 지난해 달성한 차세대 플라스마 운전 모드 중 하나인 내부수송장벽(ITB) 모드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내년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현재 탄소 소재인 디버터를 텅스텐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디버터는 플라스마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에너지가 진공용기에 닿기 전에 열을 빼주는 역할과 함께 진공용기 내부에 남아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부품이다.
그는 “오는 2025년까지 1억도 이상에서 300초 연속으로 운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2040년 KSTAR가 만든 핵융합에너지로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핵융합 실증로 ‘K-DEMO’ 운전을 하고 이어 205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랑스 등 핵융합 선진 7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국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2035년 핵융합에너지의 효율성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윤 센터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독일 뮌헨공대에서 플라스마 물리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4년부터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KSTAR 연구에 참여해온 핵융합 전문가다. 그는 “ITER이 효율성을 입증하느냐의 여부가 향후 핵융합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가 ITER 실험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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