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찰청 사이의 갈등이 현직 검찰총장 직무 배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면서 검찰이 벼랑 끝에 몰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4일 각종 이유를 들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기습적 조치인데다 사유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사들이 대거 반발하는 등 쓰나미급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 검사들이 2차 ‘커밍아웃’ 선언에 나서는 등 목소리를 높이면서 ‘검란(檢亂)’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발의 시작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을 비판했다가 ‘커밍아웃 검사’라 저격당했던 현직 검사에서 비롯됐다. 이환우(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 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향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검사의 글을 시작으로 제2차 ‘커밍아웃’ 댓글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검사는 앞서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추 장관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에 추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글을 남기며 이 검사를 직접 겨냥했다. 이후 최재만(사시 36기) 춘천지검 검사가 “저도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라는 글을 올렸고 300명에 가까운 검사들이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검찰 출신의 한 관계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내부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연판장을 돌리는 것과 달리 내부망을 통해 본인 생각을 표현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표적인 사례가 커밍아웃 선언 댓글이었다”며 “다소 관망하는 듯 보일 수도 있으나 검사들은 내부망 글을 통해 추 장관 조치에 대한 반발 의사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선 검사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현직 검사장이나 고검장 등 지휘권을 가진 수뇌부들이 직접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행동을 한다면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며 “침묵하는 다수의 행동을 이끌어 내면서 검찰 내 조직적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개혁 소용돌이에서도 검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지는 않았지만 검찰총장 직무 배제를 기점으로 고검장 등 윗선이 움직인다면 단체 행동 등 검란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안현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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