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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 한달전부터 경고했는데…정부 이제서야 "154개 늘리겠다"

■전국 중증 병상 태부족

위중증 149명…일주일새 50명↑

수도권 남은 중환자 병상 12개뿐

대전·충남·전남·전북·경남은 '0'

예견된 부족인데 정부 '뒷북 대처'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5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9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한 컨테이너 이동 병상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일주일 사이 50명 넘게 증가했다. 연일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도 급격히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병상 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 인력이 있어도 사용할 수 있는 병상 수가 ‘0’개인 지역까지 나오는 등 전문가들이 한 달 전부터 제기한 ‘중환자 병상 소멸론’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위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은 환자를 수용하는 ‘준중환자 병상’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9일 0시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위중증 상태로 입원 중인 환자는 149명이다. 전일 대비 15명, 지난 2일에 비해서는 48명 늘어난 숫자다. 위중증 환자 수는 이달 2일 100명을 넘어선 후 8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4일을 제외하면 매일 증가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위중증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5~7일 정도의 시차가 걸리기 때문에 확진자가 600명대 후반에 이른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 주 위중증 환자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확진자 발생 양상은 지난 1차 유행(3월 대구 신천지), 2차 유행(8월 광복절 도심 집회)과 달리 무증상·잠복 감염 확진자로부터 발생하는 n차 전파 영향이 크기 때문에 확산세가 이달 말까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확진자 수가 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병상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전일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을 합친 546개 병상 중 환자를 즉시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7.9%인 43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확진자 수가 524명 발생한 수도권의 경우 330개 중 여유 병상이 12개에 불과했다. 이 중 8개는 서울에 위치했으며 인천 1개, 경기 3개 등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일반 확진자도 함께 수용되는 병상이기 때문에 감염병 상황만 고려하면 실제 가용한 병상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수도권 지역 중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에는 가용 병상이 ‘0’개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 인력 유무와 무관하게 사용 가능한 병상이 없음을 의미한다. 경증 환자가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도 부족해지고 있다. 이달 7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내 신규 확진자 중 3분의 2에 달하는 140명은 ‘배정 대기’ 상태였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당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입원한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 같은 병상 부족 상황을 예견해왔다. 지난달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 추세대로 수도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12월 둘째 주부터 수도권 중환자 병상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재택 치료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뒤늦게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으며 그간 보수적이던 신속항원검사를 확대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항원 진단키트 제품은 1개에 불과할 정도로 대응이 늦었다.

결국 정부는 이번 주 들어 중증 환자 병상 부족을 인정하며 대응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달 말까지 중환자 병상 154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 중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을 ‘중증 환자 전담 치료 병상’으로 최대한 전환하고 상급종합병원과 협조해 추가 병상을 확보한다. 또한 이미 확보한 병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중환자 병상’도 마련한다. 상태가 일시 호전된 환자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위중증으로 분류되지 않은 환자들이 주로 이곳에 수용된다. 나아가 권역별 국립대 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과 연계해 기관당 10~20개의 중환자 병동을 확보하는 등 ‘거점형 중환자 전담 병원’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특정 지역에는 코로나19 중환자만을 치료하는 임시 병원인 ‘모듈 병원’을 설치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중환자가 즉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43개가 남았으나 향후 위중증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확보한 중환자 병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치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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