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이전 1단계로 세종시에 소재한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원회(교육위·문화체육관광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보건복지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정무위·기획재정위·행정안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신 서울을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로 육성하는 방안도 공개했다.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추진단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 법령인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조속히 추진해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와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일부도 이전 대상이다. 다만 청와대 이전 문제는 현 시점에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일단 이번 논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추진단은 국민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를 위한 국회 균형발전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국회 세종시 이전에 따라 서울은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로 육성하기로 했다. 서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창업 클러스터로, 동여의도는 홍콩을 대체할 동북아 금융 허브로 각각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입법 폭주로 일관한 21대 첫 정기국회를 마친 이날 여당이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이전 카드를 꺼낸 것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대신 여의도 의사당 부지를 포함한 여의도 개발안 등을 내놓으면서 서울 지역과 충청권 민심을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의도-상암-마곡-창동을 엮는 ‘글로벌 경제 금융 수도’ 제안은 낙후된 강북 지역의 개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민주당 식 ‘토건 정치’의 시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사당을 옮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서울 지역 민심 이반을 개발 공약으로 덮어 버리며 오히려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까지 커진 셈이다. 당장 서울 여의도 일대는 고도 제한이 풀려 재건축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은 이날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변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종의사당으로 시작해 전 국토를 흔드는 ‘메가톤급’ 공약이 제시된 셈이다. 이날 발표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당이 국가 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제안한 ‘3+2+3 메가시티’다. 수도권과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 등 3곳을 ‘그랜드 메가시티’로 조성하고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2곳은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 3곳은 ‘강소권 메가시티’로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추진단은 “메가시티 등 초광역권 개발에 필요한 제도 구축을 당과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행정안전부와 국가균형발전위를 통합, 확대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진단 측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가덕도신공항, 남부 광역철도를 비롯해 각 권역별 기반 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초광역 특별 계정 등 재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세종의사당 단계적 추진으로 결국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후년 대선까지 의제 선점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지역 개발로 내세운 ‘여의도-상암-마곡-창동’ 벨트는 강남 대 비강남 프레임을 구축해 서울시장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역풍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면 과제인 부동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선거용 공약에 그칠 경우 오히려 부동산 문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며 “세종의사당을 비롯한 전 국토를 대상화한 개발 공약이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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