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이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강제 종료하면서 여야 간의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이후 또다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 여당의 일방통행식 입법 폭주에 대한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진행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은 180표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여권은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을 가까스로 채웠다.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은 전날 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범여권 의원 177명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동의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법에 따라 종결 동의서는 제출된 후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8시 30분께 표결이 진행돼 의결됐다. 이어 상정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187석의 찬성으로 가결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지난 10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필리버스터 법안에 대해 충분한 의사표시를 보장해달라는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총 12시간 47분에 걸쳐 토론을 벌여 국내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새로 세우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여당은 12일 돌연 당초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필리버스터 종결 요구서를 제출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초 야당의 입장을 고려해 충분한 반대 토론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논리를 갖춘 반대 토론을 하기보다 주제와 무관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 제출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고, 당장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조치를 시행해야 할지 모르는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가 소모적인 무제한 토론만 이어간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필리버스터 종결 시도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대확산으로 민생이 궁지에 몰렸는데 국회가 필리버스터로 본회의를 멈추고 정쟁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버스터 과정에 나선 의원들이 “스트레스가 성폭력 전과자들의 재범을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아녀자도’ 밤거리를 걸을 수 있는 나라” “(진보 성향 언론 거론) 법조 기자단 철수시키라” 등 민생과 무관한 막말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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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여당이 의석수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자 다음 쟁점 법안인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다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며 대여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주호영 원내 대표는 이에 대해 “‘할 테면 해보라’던 (민주당의) 생각이 우리 초선 의원이 모두 가담하고 윤 의원이 최고 시간을 경신한 것이 알려지자 야당의 입을 막겠다고 저러는 것”이라며 “(또 다른 필리버스터에서) 이 정권의 문제를 조목조목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른 필리버스터도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인 이상)의 서명으로 종결 요구서가 제출된 뒤 24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 여당은 종결 동의서를 제출해 합법적인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경우·송종호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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