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입법 정국이 끝난 다음날 긴급 일정을 잡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했고, 이어 공관위원장도 내정했다. 국민의힘은 곧 전국 당협위원장까지 물갈이해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보궐선거체제를 구축, 선거 총력전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4·7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진석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정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1대 총선에서 충청권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당내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언론인 출신인 정 의원은 균형감각에 계파색이 엷은데다 원내대표도 역임해 당내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이 정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한 것도 공정한 공천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충청 출향민과 중도·부동표 흡수가 승리의 관건인 서울시장 선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음 주 비대위에서 정 의원을 공관위원장에 임명하는 사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경험이 많은 김 위원장이 내년 보궐선거에 맞춰 속도전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기국회와 임시회가 마무리된 지난 15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두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상태에 있다.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이 되는 지난 9일께 대국민사과에 나설 예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면 반드시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 중진들이 반발하기도 했고, 공수처법 개정안 등을 저지하기 위해 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점을 감안해 일정을 미뤘다. 이후 김 위원장은 국회가 본회의 일정을 마치자 바로 대국민사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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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위원장과 지도부는 대국민사과를 한 지 이틀 만에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내정했다. 민주당이 당내에서 서울, 부산시장 후보도 정리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민의힘은 공관위원장까지 정한 셈이다. 다음 주 정 의원이 정식으로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되면 공관위가 꾸려지고 곧바로 공천작업에 돌입한다.
당 지도부가 곧 당무감사를 통해 ‘교체대상’으로 권고받은 전국 49곳(35.5%)의 당협위원장에 대한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협위원장은 선거구별로 구성된 당원협의회 책임자다. 기초·광역선거 후보자 추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앙당의 정책과 방향을 지역구 당원들에게 전달하는 동맥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당협위원장이 막아서면 중앙당의 지침과 혁신 정책이 지역구 당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동맥경화가 일어난다. 국민의힘에서는 당이 아무리 혁신을 외쳐도 지역 당협이 우편향돼 있어 지역구 경선만 치르면 강경보수 또는 극우 인사가 등장한다는 진단이 끊이질 않았다. 김 위원장이 민경욱, 김진태 전 의원 등 강성인사로 평가받는 인물들을 교체하는 ‘인적쇄신’ 곧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적쇄신이 마무리되면 공관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또 다른 새 인물을 깜짝 영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임대차법 5분 연설’과 최장기간 필리버스터 발언 기록을 경신한 윤희숙 의원을 향해 “인생에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며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수진영의 ‘빅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에게도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에 이름을 올리는 새 인물이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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