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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국민한테만 매일 K방역 잔소리, 그래서 백신은요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3단계 미루며 "법적책임" "젊은층 개탄" 연일 경고

감염경로 알 수 없자 돌연 '국민참여방역'으로 변경

선진국들 접종 시작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계약 중

미승인 英백신 두고 두루뭉술한 "1분기 도입 계획"

당분간 '거리두기'만...'K방역 역전패론' 곳곳 제기

"개인방역 잘하라" 정세균 총리는 '자기홍보' 논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달부터 시작한 정책 홍보 방송 ‘총리식당’의 한 장면. 장관을 초청해 정 총리가 손수 식사를 대접하는 형식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각각 출연했다. /사진제공=유튜브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설정한 방역 최고 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전과 달리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악화된 상황은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온다. 수많은 의료진이 검진 현장에 뛰어들고 있고, 정부는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는 연일 법적 책임까지 거론하며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국민에게 강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것 외에 별다른 방역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가 신천지 신도, 이태원 클러버, 광화문 집회자 등 특정 집단을 색출하는 방역 전략을 펴다가 이제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으니 ‘불특정 소수 국민’에게 화살을 겨누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들의 코로나 우울증이 깊어지는 가운데 백신은 더 큰 문제로 떠올랐다. 다른 선진국들이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백신은 정확히 언제 도입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미승인 영국 백신만 계약이 확정된 데다 전체 확보(계획)량이 인구 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거리두기 및 특정 집단 추적식 ‘K-방역’ 성과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코로나19 상황 자체를 종식시킬 백신의 중요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총리의 지나친 자기 홍보성 이벤트도 비판 도마에 올랐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정세균의 K방역 초강수, 코로나 딛고 '잠룡' 떨치나



丁 “무책임한 행동 반드시 법적책임, 경찰 최대 동원”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 총리는 지난 14일 주 3회만 주재하던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매일 주재하기로 하고 서울시청에 아예 따로 집무실도 마련했다.

국민들을 향한 당부도 날로 늘었다. 14일에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한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결정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3단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며 그 효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두 사람의 방심과 무책임한 행동이 지역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에서 정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선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강화된 방역수칙을 온 국민이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적극적인 ‘국민 참여 방역’을 재차 강조드린다”며 “우리 모두 책임의식을 갖고 일상에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을 보다 철저히 지킬 것을 함께 다짐하자”고 제안했다.

15일에는 “3단계가 주는 무게감과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우선 지금의 거리두기 단계를 과연 우리 모두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대다수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면서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고 계시는 반면에 일부에서는 방심과 무책임으로 맹렬한 코로나 확산세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3단계로 가기 전에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사회적 실천력을 높여야겠다”며 “현장의 방역수칙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경찰력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역설했다.

/사진제공=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스타그램.


“젊은 층 호텔 예약 개탄... 3단계는 국민 공감대 필요”

정 총리의 대국민 호소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16일에는 전날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김아림 선수를 거론하며 “김 선수는 대회 내내 마스크를 쓴 채 경기에 임한 이유에 대해 ‘내가 코로나에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됐다’고 설명했다”며 “우리 모두 이런 마음가짐으로 마스크 쓰기를 철저히 하자”고 설파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는 “정부도, 의료진도, 지자체 공무원들도 모두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코로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개인의 철저한 방역이야말로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기 고양 일산병원의 의료진에게는 “K-방역은 결코 무너지지 않고 승리한다는 확신을 갖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17일에는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앞두고 호텔과 파티룸, 펜션 등에서 소모임 예약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젊은 층 중심의 소규모 모임이 늘면서 강원도나 제주도에 빈 방이 없을 정도”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매일매일 확진자 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상황에 참으로 개탄스러운 모습”이라며 “이번 연말만큼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의 안전을 위해 모임을 모두 취소할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숙박업소 영업은 허용하면서 고객들에게는 가지 말라니 무슨 뜻이냐” “젊은 층만 예약한다는 통계도 없이 왜 특정하느냐” “왜 계속 국민들을 편 가르는 발언만 하느냐”는 등의 볼멘 소리가 쏟아졌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와인 파티’ 논란부터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18일에는 3단계로 상향하려면 국민 호응이 있어야 된다면서도 방역망을 피해 변칙 영업을 하는 사업자를 철저히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방역 단계 기준에 ‘국민 스스로의 의지와 책임’도 추가된 듯한 발언이었다. 19일에는 “조용히 연말을 보내야 한다”며 종교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타우피크 알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장관이 17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부터 미국 화이자가 생산한 백신을 본격 접종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백신은 “내년 1분기부터 ‘도입 계획’ 세우겠다”

정부가 ‘정부 주도 방역’에서 ‘국민 참여 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국민적 관심은 자연스럽게 백신으로 쏠렸다. 캐나다·영국·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이 이미 접종을 시작한 데다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까지 긴급승인을 받은 미국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의 조바심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명쾌하지 않았다. 정 총리는 지난 15일 첫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선구매한 백신이 내년 1분기부터 제때 도입되어 차질없이 접종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해 백신 접종을 서둘러 시작한 국가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목표로 한 백신 접종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확보한 물량을 최대한 앞당겨 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내년 1분기부터 들여오기로 계획이 섰다는 것인지, 원래는 그 이후인데 더 앞당기겠다는 것인지, 무슨 백신을 미리 구매했다는 것인지,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아 서둘러 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모든 게 두루뭉술한 발언이었다. 이는 어느 시점에, 어느 업체들에 접촉해서, 어떤 과정으로, 얼마의 예산을 들여, 각 시기별로 얼마만큼 물량을 들여올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한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정부와는 판이하게 다른 태도였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이미 전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한참 남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첫 백신이 될 것 같다고 밝힌 뒤였기에 더 그랬다.

이어진 정부의 설명은 더 황당했다. “미국 FDA 절차와 무관하게 국내 자체적으로 심사해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1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추석 포스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름달을 배경으로 등장해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페이스북 캡쳐


당분간 ‘거리두기’만 해야... 곳곳서 ‘K-방역 역전패론’

결국 가장 중요한 백신 확보에 뒤처지면서 K-방역이 코로나19 전쟁에서 결국 ‘역전패’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왔다. 백신 확보와 접종은 초기에 이를 기피하는 사람들을 감안해도 국가적 방역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심리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경제 회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는 언제 승인을 받을지 모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 분에 대한 공급 계약만 확정했다. 나머지 3,400만 명 분의 도입 시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했다는 1,000만 명 분은 어떤 업체의 어떤 제품이 공급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고, 화이자와 모더나 물량은 아직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이렇게 늦어지면 공급 순위에서 밀려 일러야 내년 하반기, 늦으면 내후년에나 물량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아무리 빨라도 내년 2~3월에나 미국 FDA 긴급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이 이 백신을 승인과 함께 가장 먼저 공급받기로 약속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년 1분기 접종 시작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영국에서는 올 연말께 승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 88%에 해당하는 4,400만 명 분이라는 물량도 논란거리다. 현재 다른 나라의 경우 인구 1인당 캐나다가 10.9회, 미국이 7.9회, 영국이 7.5회, 호주가 5.3회, 칠레가 4.4회, 일본이 2.3회, 베트남이 1.5회 분씩 백신 접종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백신 투자·확보 경쟁이 본격화된 올 봄과 여름, 정부가 K-방역 홍보에만 집착한 채 너무 느슨하게 대응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독과점 시장에서 왜 돈을 깎으려고 흥정을 하려 하느냐”며 정부의 협상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주장하는 ‘북한과의 나눔’을 현실에서 거론하는 국민은 아예 찾아보기도 힘들다.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 가운데 백신들의 불안전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우리의 첫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안전성을 100% 확신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 뒤 접종에 대한 판단은 개별 국민들에게 맡겼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을 과도하게 비축했을 때 몇 개월 이내에 폐기해야 되는 문제가 생기고, 세계 어느 나라든 백신을 거부하는 연령층이 있는데 대부분 젊은 층이 그렇다”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17일 회의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거론하며 “두 회사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재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료제공=국무총리실 SNS 캡처(현재는 삭제)


이 와중에 정 총리의 ‘과잉 자기홍보’도 논란

코로나19 우울감과 불안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무총리실의 한 게시물이 국민들의 심기를 자극한 일도 있었다. 총리실은 지난 14일 오전 오전 ‘코로나로 힘드실 땐 총리한테 푸세요’라는 제목의 3컷 만화를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만화에는 눈물·콧물을 쏟는 한 여성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내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정세균 총리가 온화한 표정으로 화가 난 국민들을 향해 “모두 저에게 푸세요”라며 위로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게시물은 여성과 국민을 비하하고 정 총리 개인을 홍보한 것으로 해석돼 곧바로 항의성 댓글 홍수를 맞았다. 총리에게 스트레스를 풀라더니 총리실은 웬일인지 만화를 올린 지 7시간 만에 별도의 설명도 없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정 총리가 과잉 홍보로 구설에 오른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지하철 2호선에서 자신의 육성 안내 방송을 내보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KTV 정책홍보 토크쇼 ‘총리식당’ 관련 논란은 그 정점이었다. ‘총리식당’은 정 총리가 매주 한 차례 공관으로 부처 장관을 초청해 손수 식사를 대접하며 대담하는 방송이다. 이를 두고 상당수 누리꾼들은 “국민은 친구·지인도 만나지 말라면서 총리는 예능을 찍느냐”는 비판을 쏟았다.

이는 “K-방역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정부의 레토릭이 위기를 맞았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국내 확진자가 세계 선두권이었던 올 초만 해도 하루 1만 건에 달하는 투명한 검진시스템이 자랑이었던 K-방역은 미국·유럽 등에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량 검진 능력이 아닌 ‘적은 확진자 수’로 은근슬쩍 강점을 바꿨다. 그러다가 확진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백신 경쟁에서 뒤처지자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국민 각자가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성격으로 또 변경됐다. ‘K방역 시즌2-국민 참여 방역’은 그 과정에서 나온 기막힌 슬로건이다. 이제 K-방역은 다른 나라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특정한 원칙과 모델이 아니라 ‘한국이 그때그때마다 하는 모든 방역’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국민이 정부에 원하는 건 조금 더 겸손하고 구체적이며 솔직한 태도뿐일 수도 있다. 이미 교체가 확정된 박능후 장관은 물론 정 총리도 곧 옷을 벗을 예정이란 사실쯤은 이제 국민들도 다 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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