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국어 영역이 평이했다는 평가와 달리 실제로는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수능과 비교해 수학 가형은 어려웠고 수학 나형과 영어는 쉬웠다. 수험생 중 재수생 비율은 현 수능 체제 도입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2일 2021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공개했다. 하루 뒤인 23일에는 수험생들에게 성적이 통지된다.
이날 공개된 영역·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 및 도수분포에 따르면 1교시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전년 수능 때 최고점인 140점보다 4점 높았다. 현 수능 체제(표준점수제 전면 도입)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가장 높은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록한 2019학년도(150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표준 점수 최고점을 받은 인원은 151명으로 작년 최고점을 받은 777명과 비교해 5분의 1 토막 났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표준점수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지난 3일 올해 수능 1교시 직후 평가원과 입시 업체들은 국어가 비교적 평이했다고 분석했지만 수능 가채점 결과가 낮게 나오자 국어가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채점 결과를 통해 국어가 어려웠다는 수험생들의 평가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국어 영역에서 예전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었지만 중·고난도 문항을 예전보다 조금 더 난도 있게 내면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교시인 수학 영역의 경우 작년 수능과 비교해 이과 학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이 어려웠고, 문과 학생들이 많이 보는 수학 나형은 쉬웠다. 가형과 나형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137점으로 가형의 경우 작년(134점)보다 높았고 나형은 작년(149점)보다 크게 낮았다. 작년 수능 때 수학 나형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여파로 올해 수능 때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3교시 영어 영역은 쉽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됐다. 1등급 비율은 12.7%로 전년(7.4%) 대비 5.3%포인트(p) 올랐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 이래 1등급 비율은 역대 최고다. 2등급 비율도 16.2%에서 16.5%로 소폭 올랐다. 반면 3등급은 전년 21.9%에서 올해 19.7%로 감소하며 상위권과 중상위 권 간 학력 격차가 나타났다.
4교시에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한국사도 1등급 비율이 34.32%를 기록해 작년 1등급 비율(20.32%)보다 높아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탐구 영역의 1등급 컷(기준 점수)을 살펴보면 과목에 따라 사회탐구는 63점~67점, 과학탐구는 62점~68점, 직업탐구는 65점~70점으로 나타났다.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경우 65점~81점이다.
올해 수능 전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총 6명이었다. 재학생과 졸업생 각각 3명씩이다. 작년 만점자 15명과 비교하면 숫자가 9명 줄었다. 국어와 수학 가형 등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만점자가 줄고 학력격차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평가원은 “고난도 문제가 (학생들에게) 조금 더 어렵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중위권이 줄어드는 특이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등교 차질로 올해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수능을 치른 수험생 중 졸업생 비율은 현 수능 체제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수능을 치른 수험생 42만1,034명 가운데 12만5,918명이 졸업생(검정고시 포함)으로 비율은 29.9%였다. 수능 결시율은 14.7%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에서 강한 재수생 비율이 29.9%로 나타나 재수생 강세가 예상된다”며 “결시율 최고치, 학생수 감소로 수능 최저등급 충족인원이 큰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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