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또 취소(Cancel)
코로나19 확산 속에 올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던 많은 공연이 취소됐다. 특히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이 많은 클래식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보스턴 심포니의 첫 내한 공연에 이어 비엔나 바로크 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 NDR 엘프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이 무산됐고, 전 석 매진됐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앙코르 공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지휘자 데뷔 무대,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의 내한 역시 다음을 기약했다.
올해 기대작이었던 영국 국립극장의 ‘워호스’ 내한도 취소됐고,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도 고심 끝에 개막일을 연기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 창단 70주년을 맞아 풍성한 레퍼토리를 마련했던 국립극단도 채식주의자, 만선, 햄릿 등 기대작을 올리지 못했고, 당신이 밤을 건너올 때, 화전가는 공연을 중단했다. 예술의전당은 연말 스테디셀러인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비롯한 주요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비대면 공연(Online·Virtual)
위기 속에 공연계가 찾아낸 돌파구는 온라인 공연이었다. 공연 실황을 유튜브나 네이버TV를 통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상연’을 이어간 것. 이런 가운데 고화질 영상과 카메라 기법으로 공연을 선보인 예술의전당의 싹온스크린이 주목받았고, 이후 단순히 무대를 촬영해 송출하는 방식에서 편집의 묘를 살린 무관중 온라인 녹화 중계, 다중 영상·음향 기술을 접목한 작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영상의 질이 높아지면서 무료 일색이던 콘텐츠가 차츰 ‘자발적 후원’, ‘관람권 구매’ 등 유료 상품으로 전환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EMK엔터는 국내 최초로 웹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킬러파티’를 제작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5G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공연 콘텐츠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선보였다. 집에서도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공연 콘텐츠도 잇따라 관객과 만났다.
■창조적 영감(Inspiration)
범 한 마리에 전국이 들썩였다. 국악계에서는 창조적인 실험정신과 영감으로 ‘범 내려온다’ 신드롬을 낳은 이날치의 선전이 단연 돋보였다.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는 지난 6월 발매한 정규 앨범 수록곡을 모두 판소리 다섯 바탕 중 하나인 수궁가의 주요 대목을 골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었다. 반복되는 가사와 중독적인 멜로디가 매력인 ‘범 내려온다’는 일찌감치 온스테이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수능 금지곡’으로 꼽힐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 댄스컴퍼니의 서울·부산·전주 홍보 영상은 ‘범 내려온다’ 음악에 어우러진 개성 넘치는 춤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꾸는 꿈(Dream)
누구에겐들 힘든 한해가 아니었겠느냐마는, 공연계에 2020년은 가혹하고 또 가혹했다. 공연 취소·중단부터 일행 간 띄어 앉기, 객석 한 칸 띄어 앉기, 객석 두 칸 띄어 앉기 시행으로 판매 가능 좌석 수가 수시로 변동되며 매출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2,400억 원이던 공연 매출 총액은 올해(21일 기준) 1,7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연말 특수마저 사라지면서 큰 폭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라도 안전한 공연’을 위해 QR코드 문진표·무인 검표 시스템 도입, 대관료 면제, 메이크업 마스크 제작 등의 노력이 이어졌고, 이 같은 업계의 안간힘에 관객들도 자발적인 방역 협조로 화답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년 무대를 위한 착실한 준비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에는 클래식에서 정명훈,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 벤쿠버 심포니 명예 음악감독 브람웰 토베이 등 거장들이 잇따라 지휘봉을 잡고,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8년 만의 내한, 거장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와 로버트 레빈의 공연,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 요요 마 첼로 리사이틀, 소프라노 조수미와 이탈리아 실내 악단 이무지치의 공연 등이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연극계도 새로운 작품과 재연 무대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약하며 라인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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