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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카는 끔찍한 아이디어”라는 배런스…월가도 우려 많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애플이 2024년부터 ‘아이카’를 생산한다고 알려졌다. 테슬라를 포함해 기존 자동차 업체에 부담이 되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어제죠,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애플이 202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렸는데요. 오후 늦게 관련 소식이 전해진 탓에 22일부터 전문가들의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애플이 왜 수익이 낮은 자동차 제작을 하느냐 같은 지적부터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 테슬라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향후 전기자동차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아이카(iCar)’에 대한 월가의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이카는 끔찍한 아이디어...영업이익률 애플 28%vs폭스바겐 7%"
투자전문지 배런은 이날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2024년부터 만든다는 소식을 두고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이 안 되는 사업이라는 것이죠.

이유는 이렇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폭스바겐이 전세계에서 1,100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지난 10년 간 폭스바겐이 공장과 장비에 쓴 돈이 무려 1,800억달러(약 199조원)라는 겁니다. 자동차의 경우 대규모 공장과 많은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죠.

시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제조는 다르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스마트폰의 영업이익률이 높은데 굳이 자동차 제조를 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AFP연합뉴스


해당 기간 동안 폭스바겐이 낸 영업이익률은 약 7%입니다. 반면에 애플은 같은 기간 약 28%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애플이 가진 현금이 2,0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하지만 마진이 높은 사업에서 낮은 분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배런의 주장인데요. 배런은 “만약 애플이 현금 투자처를 자동차로 삼으면 애플 주주들은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수익 부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애플에 투자하고 있는 하이타워의 스테파니 링크 최고투자전략가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제조 계획에 대해 “일부분은 합리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1,650억달러였는데 2027년에 8,000억달러가 된다. 명백히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이 많다. 나는 애플이 이익률이 낮은 자동차를 만든다고 해서 놀랐다”고 지적했습니다.

"테슬라, 제조능력 앞서...22일 주가하락 아이카 때문 아냐"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다르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배런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9월에 했던 얘기를 꺼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머스크는 “모든 회사가 최고의 제조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장거리 전기 자동차와 자율주행차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제조에 능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테슬라는 제조 분야에서 단연 최고일 것입니다”라고 했는데요.

이는 이 분야의 경쟁이 심하다는 점과 함께 테슬라가 그동안 축적해온 제조 노하우를 다른 업체가 쫓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말입니다. 월가의 테슬라 강세론자들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신규 판매 승용차의 20~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배런은 전날에 이어 이날 테슬라 주가가 1.46% 빠진 것에 대해서도 “투기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지 아이카 때문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이날 머스크 CEO는 자신이 테슬라를 애플에 팔려고 검토했지만 팀 쿡 CEO가 미팅을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으면 판도가 크게 바뀌었을 겁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애플의 자동차 사업에 테슬라는 1차적으로 큰 벽이 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제너럴모터스, BMW,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 기존 업체들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애플의 첫 생산 시점은 2024년으로 아직도 3년 이상 남았습니다. 루프벤처스의 진 문스터 공동창업자는 “애플이 테슬라를 포함해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제조와 조립은 쉽다. 할 수 있을 것이지만 수익 내는 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안전성 문제가 있어 스마트폰과는 다른 리스크가 있는 산업이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앞서 애플이 실패한 애플TV의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애플은 지난 2007년 셋톱박스 기반의 스마트TV인 ‘애플TV’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한 바 있는데요. 다른 분야 진출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애플, 배터리서 게임체인저 될 수도"...AI도 핵심 승부처
시장에서는 애플이 자동차 제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와 인공지능(AI)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존 나자리언 마켓 레벌리언닷컴 공동 창업자는 “애플의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배터리”라며 “차세대 배터리에 중점을 둔다고 했는데 애플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는 애플의 계획대로 차세대 배터리를 2024년 이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요. 테슬라 같은 경쟁업체들은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가정도 있어야 합니다. 선데이 타임스의 애니 포츠슨은 “전기차는 비싼데 배터리 가격이 핵심이다. 가격을 크게 내려야 한다”고 했는데요. 그는 “12~24개 전기차 모델이 앞으로 1~2년 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온다”며 전기차 확산이 애플이 향후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테슬라 이외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이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애플이 상대해야 하는 상대는 구글과 테슬라, GM, BMW 등 다양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는 “기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해 운전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강점을 가질 수도 있다)”며 “배터리와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등 집을 중심으로 쓰이는 주요 핵심 기술을 잘 묶어 (자동차로) 판매할 수 있다면 이익이 좀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비슷한 맥락에서 인공지능(AI)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미 경제방송 CNBC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알렉스 캔트로위즈는 “애플은 처음에는 아이폰 같은 예쁜 디자인의 차를 추구했지만 그렇게 안 됐다”며 “지금은 디자인 프로젝트가 아닌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애플이 돈이 많기 때문에 유통과 제작은 쉽다. 자율차가 도로에서 사람을 치는 것과 사고가 문제 ”라며 “AI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AI는 구글도 주력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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