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법조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여권이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만 가시화돼도 내년 보궐 선거 등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에서 추진하는 윤석열 탄핵 절차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은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저질렀을 때 파면하는 절차다.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 의결로 해당 공무원의 파면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파면(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권에서 탄핵 주장이 나오는 것은 위성정당까지 합치면 약 180석에 이르는 만큼 과반 의결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탄핵심판 청구는 가능할지라도 현 상황에서 헌재의 인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탄핵심판 청구의 인용은 곧 고위공무원의 파면을 뜻한다”며 “헌재에서 국회의 청구가 인용돼 파면으로 이어지려면 징계위원회에 가서도 파면에 해당하는 처분이 나올 수 있는 수준의 중대한 위법 행위나 징계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 관계자는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징계 수위 중 중징계로 분류되는 처분 중 가장 낮은 수위가 ‘정직’이다. 인용 가능성이 낮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직 2개월의 근거가 됐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성 위반’에 대해서도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전혀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정직 2개월 처분조차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인용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합법적 절차로 구제된 윤 총장을 여권이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탄핵에 나서면 상상하기 힘든 역풍이 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속했던 민주당과 함께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그해 4월 총선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겪었다.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의석수만을 내세워 탄핵을 주도하는 모습에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전국적인 대규모 반발에 직면한 결과였다.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역대급 재보궐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도 그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여권에서 ‘윤 총장 찍어내기’라는 무리수를 감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데, 설상가상 탄핵 추진까지 나서면 중도층 등 민심 이반이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창선 박사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민심을 읽는 정무적 감각은 마비됐고 집단의식에 갇혀 객관적 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윤석열 탄핵을 겁도 없이 꺼낸다.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밀어붙일 기세”라며 “앞뒤 분간도 하지 못하는 강경파들의 언동이 이제는 문 대통령의 뜻마저도 거스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경파 때문에 추락했던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의 실패가 이렇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에 신중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허영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도 감정을 컨트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대변인은 “역풍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법적 명분을 철저히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탄핵에 대해 “좋은 전략이 아니다. 국회는 (탄핵 청구 의결이) 되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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