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미 대사들이 내년 1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의 북미정상회담은 당분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대신 대북 제재와 북핵 저지력을 갖춘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교착상태인 일본과의 관계와 관련해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 한국·미국·일본 동맹을 복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전현직 주미 특파원 모임 ‘한미클럽’이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 6호’에 따르면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주미 대사를 지낸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최영진 전 외교부 차관,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대체로 즉각적인 북미정상회담보다는 실무 회담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 장관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의 빅딜 추구도 아니고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최대한의 압력을 포함한 채찍과 당근의 병용(竝用) 전략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와 같이 정상회담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당국자들의 실무 회담을 중요시하고 6자 회담 같은 다자 회담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현실성이 있는 대북·대미 외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총장은 “북핵 문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서 달라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교섭·제재·저지력을 3개의 기둥으로 해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최 전 차관도 “북미정상회담은 상당 기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원하는 외교’가 아니라 ‘가능한 외교’를 펴야 한다”며 “‘제재는 남들 수준으로, 대화는 우리가 앞장서서’라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도 나왔다. 조 위원은 “우리의 대일 외교가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미국에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한반도 통일의 기회를 위해서도 한일 우호 관계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 총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자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며 “과거 대사로 재직할 때도 미국 조야에 한일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단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것이 안보·경제 분야의 전략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