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수사 시스템 대변혁의 원년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7년 만에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도 부패·경제 범죄 등 6대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사건 접수 단계부터 수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은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체감하게 되는 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질 모습과 함께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지 연속 기획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이제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법조인과 경찰 관계자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질 풍경 중 하나로 경찰 조사 때부터 법적 조력을 받으려는 시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검찰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이 사건의 송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총력 대응하려는 고소인과 피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강력 사건이 아니고서는 경찰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진 만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경찰 출석 통보 때부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사람뿐 아니라 피해를 입은 고소인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칫 경찰이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해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피의자든 고소인이든 원치 않는 수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며 “수사 결과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의 사법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유수의 로펌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경찰 출신 변호사나 수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시민이 검찰에 직접 사건을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어 고발 접수를 받을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 공무원 범죄로 국한된다. 사이버 범죄나 특정 경제 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이 가능한 5억 원 이하 사기·횡령죄 등은 경찰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 검찰을 찾더라도 헛걸음하게 된다. 검찰을 방문한 시민이 원할 경우 담당 검찰청이 경찰로 사건을 이관해주지만 통상 사건 접수보다 시일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 검경의 ‘이중 조사’가 줄면서 국민의 불편도 덜어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는 사건이 접수되면 피의자는 경찰에서 조사받고 검찰에서 같은 내용으로 또다시 조사받아야 했다.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더라도 검찰의 최종 무혐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억울한 피의자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경찰의 1차 수사 종결로 연간 50만 명이 억울한 피의자 신분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경찰청은 이중 조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최대 1,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동훈·심기문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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