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재택 전환 35%→50%, 20%는 ‘투잡’=서울경제가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열흘 동안 직장인 9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처음 강화된 지난해 3월 재택근무를 도입했다는 응답은 45.8%였으며 11월에는 47.9%로 증가했다. 거리 두기가 강화된 후 즉시(3일 이내) 전환 비율은 34.6%였다. 즉시 전환 비율은 3월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8월 44.3%, 11월 48.4%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재택근무만 활성화된 것이 아니다.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차출퇴근제(24.0%) △탄력근로제(23.4%) △선택근로제(12.0%) 등 유연근무제도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고용 불안으로 인해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부업을 찾는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3월 이후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직장인 5명 중 1명(20.3%)에 달했다. 편의점·서빙 등 전통적인 아르바이트도 있지만 음식 배달, 대리운전 등 플랫폼 근로자로 활동한 직장인들도 많았다. 객원 교수,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외국어 강사, 교재 개발, 공공 기관 컨설팅 등 전문성이 필요한 일을 부업으로 한 직장인들도 있었다.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데다 일과 근로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폭넓게 보급됐기 때문이다. ‘부업은 단순노동에 국한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제도는 제자리걸음인데…현실은 뜀뛰기=문제는 제도다. 획일적 근로시간·장소의 규제, 근로계약 중심의 사회 안전망은 존속하기 어렵다. 현재 4대 보험 체계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임금의 일정 부분을 나눠 내는 ‘임금 기반 제도’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임금’도 없는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 프리랜서는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은 임금 기반의 사회보험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큰 틀만 정해졌을 뿐 근로자의 개별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학습지 교사 등은 고용보험료를 함께 징수하고 퀵서비스 기사처럼 소득세를 신고하는 경우 매월 사업소득을 신고하도록 했다. 또 다른 노무 제공 방식이 보편화되면 새로운 징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초기에는 ‘일괄적인 사회보장세 등도 신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보니 소득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인데, 정부가 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로드맵은 이 중 일부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다수의 사용자와 계약을 맺은 경우 보험료를 분담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특고가 일을 하다가 다치면 어떤 사용자의 일을 했는가는 관계없이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을 찾아 보상을 신청하는 편법이 비일비재하다. 다수의 사용자와 계약한 경우를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무의미해지면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산정할 수 없다. 정리해고제도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구조 조정을 단행하면 노동계는 ‘재교육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했느냐’고 반박하기 쉽다.
반면 현실에서 노동환경의 변화와 인식 개선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배달 종사자를 음식점에서 고용하는 형태가 플랫폼으로 전환된 것도 최근 2년 만의 일이다. ‘4대 보험료의 부담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인사 담당자의 74.1%는 ‘지급하는 급료에 따라 부담도 균등해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부 책임지는 현 제도는 불공평하며 다수의 사용자가 나눠 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시장과 인식 모두 바뀌는 상황에서 제도만 그대로인 셈이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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