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인 미만 소상공인, 5인 미만 사업장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 법이 오는 4월 보궐선거를 겨냥해 기업을 옥죄기 위한 목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여야가 안전시설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에 면죄부를 주면서도 정작 재계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작 산업 안전사고를 줄이지도 못하면서 기업 경영에 커다란 족쇄만 채울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0개 경제 단체는 일제히 유감을 표하고 보완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경영계 마지막 읍소’라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지만 여야가 제정에 합의한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 보완 사항으로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 삭제 △처벌 기준을 ‘반복적인 사망 사고’로 제한 △의무 기준 이행 시 면책 등을 요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99%의 오너가 대표인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최소한 기업이 현장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업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실제 경제 단체들의 우려처럼 중대재해법은 여야의 논의 과정에서 말 그대로 ‘누더기’가 되며 법안의 본래 취지마저 희석되고 있다. 산업 현장의 사고 감소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경영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나서 “공무원의 책임 조항을 빼달라”고 요구하자 법사위는 이를 수용했다. 법에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관련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의 책임을 묻는 ‘공무원 처벌 특례조항’에서 공무원 처벌 조항마저 삭제했다. 따라서 중대재해법은 말 그대로 기업만 겨냥하게 된 셈이다.
여야는 그러나 법 적용을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4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300인 미만 사업장 전체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여야는 산업재해와 관련한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전체 사업체의 80%에 달하는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뺀 것이다. ‘과잉 입법’ 논란이 된 음식점과 노래방·PC방·목욕탕 등 소상공인 또는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장으로 산업재해와 거리가 먼 곳들도 결국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야의 이 같은 합의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소상공인·자영업자·공무원 등의 표심을 겨냥해 법 적용을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는 사이 경영계의 요구는 철저히 묵살됐다. 여야는 사망 사고 시 경영진에 대한 처벌의 하한선을 징역 1년 이상으로 합의했다. 기업 대표가 안전 관련 시설 투자와 교육 등 의무를 다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형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이 규정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야는 경영계의 반발에 처벌 대상을 ‘경영 책임자’에서 사업 대표와 총괄 책임자 또는 안전 보건 업무 담당자로 수정한 가운데 처벌의 범위만 넓어졌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원청 기업이 용역·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 기업 직원의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표심만을 겨냥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제외한 채 대기업에 올가미를 씌우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구경우·김혜린·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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