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지위가 흔들리는 등 글로벌 기업의 기술 패권 전쟁이 불을 뿜고 있는 가운데 기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표심만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포퓰리즘 선거로 치달아 국가 경제를 뒤흔드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이익공유제 제안부터 노동계의 표심을 겨냥한 법안 통과 예고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 등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롯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는 점이다.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표면적으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업종과 기업·자영업자 등을 반사이익을 얻은 업종과 기업 등이 지원하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R&D)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기업을 지원한다기보다 그동안 기업이 얻은 파이를 사회 전체가 공유하자는 것과 동일하다.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거대 여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기업 경쟁력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양형위의 결정이) 여전히 사망 사고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등 미흡한 점이 지적된다”고 말했다. 결국 산안법 개정안에 대한 양형위의 결정이 미흡한 만큼 양형위의 추가 양형 기준 상향 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노동계의 표심 공략을 위한 거여의 행보도 결국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민주당은 이날 필수노동자 태스크포스(TF)에서 추진해온 필수노동자법·플랫폼종사자법·가사근로자법 등 이른바 ‘근로자 3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들이 실제 시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형량 강화가 산재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코로나19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어려운 계층을 돕자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사안에 따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훈·구경우·박진용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