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가 19일(현지 시간) 있었습니다. 옐런 지명자는 어제 나온 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정부가 지출을 크게 해야 하며(Big Act),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위적인 약달러 정책은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청문회에서는 이 외에도 주목할 것들이 있는데요. 법인세 인상 계획과 중국에 대한 생각, 정부 부채에 대한 구상, 50년 만기 채권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습니다. 청문회 관련 주요 발언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핵심을 추리면,
① 미국 경제 회복 뒤에 법인세 인상
② 인상 시에도 OECD와 협의해 미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 떨어지는 것 막을 것
③ 中, 미국 기술 훔치고 불공정한 무역관행 유지, 맞서 싸울 것
④ 미국 인위적 약달러 안 해, 주요국 환율조작 말아야
⑤ 대규모 추가 지원조치 없이는 미국 경제에 더 큰 상처
⑥ 코로나19 이후 노동자 일자리 되찾고 경쟁력 갖추게 돕는 것이 재무장관 역할
⑦ 50년 만기 국채 발행 검토해볼 것
법인세, 당장 인상 안 해...OECD 법인세 논의 한국에도 영향 줄 듯
옐런 지명자는 “바이든은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은 기업들의 해외사업과 이익에 대한 인센티브를 뒤집기를 원한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은 2017년 세법의 완전한 폐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높은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튼튼할 때 세율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당장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 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증세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증세가 기업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없을 전망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바이든 경제팀이 법인세를 올리더라도 미국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하겠다고 한 점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얘기가 있지만 다른 나라는 세율이 낮은데 우리만 높이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겠죠. 세율이 낮은 나라나 조세회피처로 법인을 옮기기 때문입니다. 옐런 지명자는 이에 대해 “OECD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금 협상을 통해 피과적이고 글로벌한 (세율인하) 경쟁을 중단시키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OECD는 글로벌 최저세율을 논의해왔는데요. 미 경제방송 CNBC는 “옐런의 제안은 미국 기업의 법인세를 올리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中, 미국기술 훔치고 불공정한 무역...주요국, 환율조작 말아야"
대중 관세가 미국의 일자리를 없애고 소비자 후생만 감소시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는데요. 바이든 당선인이 언급했듯 대중 고관세 폐지는 나중 일이 될 듯합니다. 또 사이버 보안과 다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제재는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도 했는데요. 러시아와 중국의 해킹 시도에 대해 강한 제재를 할 것임을 시사한 부분입니다.
추가로 옐런 지명자가 미국은 환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테니 다른 나라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한 점을 봐둘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옐런 지명자가 인위적 약달러를 안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거꾸로 그럼 강달러로 가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뒤에 있습니다. 우리가 안 하니까 너희들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한국의 경우로 보면 원화 강세(달러 약세) 요인이 됩니다.
물론 이는 지난 수십년 간 미국이 해온 방식입니다. 재무부는 매년 2차례 환율 보고서를 냅니다. 어쨌든 환율은 눈 부릅뜨고 보겠다고 한 것이니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돈 풀기는 계속된다...2009년 정부 지원 너무 일찍 거둬
특히 옐런 지명자는 차기 재무장관으로서의 역할이 두 개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내가 연준 의장일 때 나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데 익숙했다”며 “재무장관으로서 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일하러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미국 노동자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풀이하면 고용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정부 지원은 이뤄진다는 의미며 R&D와 교육 등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론 와이든 민주당 금융위 간사의 말도 참고하면 될 듯합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정부 지원 파이프라인을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너무 일찍 뺐다. 실수를 한 것”이라며 “옐런 지명자는 ‘빅 액트’를 하겠다고 했다.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옐런도 중장기적으로 늘어나는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는 표시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로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합니다. 지금 정부가 돈을 쓰지 않으면 경제의 손실이 너무 커져 부채관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 돈을 더 많이 벌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흥미로운 건 옐런이 부채 관리와 관련해 이자 부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지표는 경제에서 차지하는 이자 부담”이라며 “지금은 금리가 낮아 부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자 부담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비율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50년 만기 국채 발행 들여다 볼 것"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은 어느 단계에서는 반드시 과세가 돼야 한다”면서도 과세와 관련한 여러 기술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러 접근법을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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