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안보 원로들은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역시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한미일 삼각관계의 틀을 더욱 굳건하게 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동맹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김숙 전 유엔 대사는 이날 좌담회에서 한미일 3국이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국은 자유민주주의와 국제 협력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중국의 패권화 방지, 동북아의 안전 및 번영과 같은 전략적 안보 목표도 마찬가지”라면서 “한일 관계가 무너지면 삼각동맹 자체가 흔들리게 되고 중국·러시아·북한에 대응하는 데도 상당히 불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각수 전 일본 대사는 한미일 삼각관계를 강화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실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는 “미국은 악화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미일 삼각 협력,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 협력체), 쿼드 플러스(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 국가들을 추가하려는 구상)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핵 문제에서 입장이 유사한 만큼 미국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때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은 한일 관계 회복이 더딜 경우 미국은 한국 대신 일본을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 의원은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한일 관계 회복이 더디거나, 틀어지거나, 급박한 상황을 맞는다면 미국은 (한국 대신)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쿼드 등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시아 역내 평화 유지와 중국 견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미국은 한일 관계가 회복돼야 효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우리가 한미일 3자 협력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 핵심축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미국의 정책에 탈동조화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리 스스로 외교 전략적 공간을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내정자,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아시아 차르) 내정자 등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적극 주도한 인사들”이라고 전제한 뒤 “다자주의와 동맹 간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전략 동맹이자 가치 동맹인 한일 양국이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로 후퇴한 것을 크게 우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일 양국은 북핵에 따른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당사자들로서 안보적으로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양국 관계가 한미일 삼각 체제의 한 축이라는 외교 안보 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경환·김인엽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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