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땅을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인 것처럼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들로 인해 서민 등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최근 기획부동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여전히 기획부동산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는데다가 범죄수익에 비해 처벌규정이 가볍고, 피해자 사후구제 방안은 여전히 미비해 보다 강력하고 보완적인 대책 수립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 대응책 입법화 돌입
앞서 국토교통부는 기획부동산에 대한 대응책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의해 지난해 11월 진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에 기획부동산 대응책을 넣었다. 해당 법안은 부동산매매업자에 대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을 갖춰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매매업자가 불특정다수에게 거짓 부동산 개발 정보를 퍼뜨리거나 거짓·과장 사실, 속임수로 타인이 부동산을 매수토록 유인하면 2~3년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 특히 토지 지분을 파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가 낮은 토지를 여러 조각의 지분으로 쪼개어 파는 기획부동산들의 전형적 수법에 족쇄를 채우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토지 지분 거래 시 감정평가서를 제공하도록 하면 시세의 5~10배로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획부동산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를 감시·조사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방안도 법안에 담겼다.
다만 입법이 완료되더라도 미등록 상태로 ‘떳다방’식 점조직으로 설립됐다가 사라지는 유령업자들을 일일이 적발해 내기엔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모자를 수 있다. 따라서 기획부동산에 대한 민간의 신고·감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종의 포상금을 내건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기획부동산을 통한 범죄기대수익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수백억원 이상에 이르는 반면 법안이 규정한 징역형이나 벌금형 형량은 낮아 보다 강한 징벌 부과가 필요해보인다. 기왕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려한다면 금융소비자보호원처럼 부동산소비자보호기능 및 상담·지원 기능을 하도록 해당 법안을 보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 적용해야”
아예 기획부동산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사전적인 거래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한 경기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는 기획부동산 판매 위험성이 있는 일부 임야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해 기획부동산의 판매를 봉쇄했는데, 임야 지분 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허가제가 적용되면 임업 경영 등 본래 목적이 아니고서는 임야를 살 수 없게 된다. 임야 지분을 투기 용도로 파는 곳은 주로 기획부동산이니 이를 전면 제한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뒤에도 별다른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유인수가 특정 숫자를 넘는 토지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모든 임야 지분 거래에 허가제를 적용하면 재산권 침해나 과잉 입법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또 기획부동산은 비교적 넓은 면적의 토지를 싸게 사서 수십~수천명에게 쪼개 파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기에 공유인이 몇십인 이상인 토지에만 적용해도 기획부동산의 판매가 막힐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카페 ‘기획부동산 피해 대책 법률연구소’의 이광휘 매니저는 “지분 보유자가 20인 이상인 토지에만 허가제를 적용해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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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면적별로 규제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공유인수 몇십인 이상인 토지부터 허가를 받도록 한다면 미리 땅을 분할해 허가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희 법무법인 혜 고문은 “큰 땅의 경우 분할을 신청하면 받아주기도 한다”며 “예컨대 330㎡인 임야라면 공유인 3명 이상부터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면적별 규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이용계획 확인 후 자필 사인”
실거래 신고를 받을 때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다’는 항목을 넣고 자필 서명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기획부동산은 법무사에게 등기이전업무를 맡겨 매수자도 모르게 대리 신고한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실거래가 신고 위임장에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는지’ 등의 항목을 넣고 매수자 자필 서명을 해야 만 신고를 받아주자는 것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는 용도지역, 개발제한구역 여부, 공시지가 등이 나온다. 매수자가 이를 확인하면 기획부동산이 판 임야 지분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이라는 점과 실제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많은 기획부동산 피해자 대리를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할 때 중개대상물확인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과 같은 취지”라며 “이러한 절차를 만들어 놓으면 매수자 몰래 위임장을 작성해 신고할 경우 형사적으로 문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채납 등 지분 정리 도와야”
지자체가 피해자의 지분을 기부채납 받거나 싼값에 매입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지분은 쓸모가 없어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지분은 상속자들에게 추가로 쪼개지게 된다. 따라서 세대가 바뀌면서 땅 주인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매니저는 “피해자들은 쓰지 못하는 땅에 대해 평생 세금을 내고 사후에는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며 “이대로 놔두면 전 국토가 지분으로 더 갈가리 찢기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다른 지분 공유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다. 피해자가 기획부동산에 대해 단체 소송을 하려거나 땅 분할 등을 진행하려면 공유인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지 외에는 정보가 없어서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수자가 다른 공유인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구축과 권리 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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