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망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현실 정치에서도 일본 우익 세력과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램지어 교수의 기고문 '일본의 2020년: 편협한 미국 학계 이해하기'에는 그의 정치관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1월 산케이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게재된 이 기고문에서 램지어 교수는 자신이 속한 미국 학계가 이념적으로 급진 좌파에 경도됐고,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직이었던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를 언급했다. 그는 "누구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아베 총리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한다면, 완전한 멸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는 “미국 학계가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선 위험할 정도로 관용성이 사라졌다"며 "아베와 트럼프가 굳은 연대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대학교수들은 아베를 경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념적으로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많은 교수는 양식 있는 유권자들도 트럼프에게 투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본의 양식 있는 친구들에게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미국 교수들은 일본인들이 트럼프의 친구인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램지어 교수는 미국 대학이 급진 좌파에 경도됐다는 근거로 정치헌금 관련 통계를 제시했다. 예일대의 경우 교직원이 낸 정치헌금의 97%, 하버드대는 85%가 민주당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미국 학계를 비판하는 이 기고문에도 혐한 주장을 이어나갔다. 미국 학계가 역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장에 편을 드는 것은 이념 때문이라면서 "미국 교수들은 위안부 납치라는 믿기 어려운 주장도 받아들이고, 노동자를 강제 징용해 탄광에서 일하게 했다는 증거 없는 주장도 받아들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으로 논란이 된데 이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하고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등 혐한적 인식을 담은 논문을 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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