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경남 양산 사저 논란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는 해명이 일파만파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는 말에는 문 대통령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대부분 보고 있다. 야당은 즉각 “감정조절 실패”라며 “오히려 문 대통령의 해명이 좀스럽다”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문 대통령의 SNS 글에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대통령의 분노 폭발"이라며 이해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너무 나간것 아니냐, 가뜩이나 어려운데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란 의견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인 의혹에 대해 감정섞인 발언이 한달도 안 남은 보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13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사저 의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청와대에서 대신 해명하면 될 일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선 건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문 대통령의 SNS 글 게시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직접 쓰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좀스럽다’ ‘그 정도 하시지요’ 라는 표현을 두고 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근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처남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다 경남 양산 사저까지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참을 수 없는 정치 공세”라며 분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홍영표 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님, 국민들 그리 쉽게 속지 않습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라는 글을 썼다. 정청래 의원도 문 대통령 글을 담은 기사를 전하며 “대통령의 분노”라고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반응이 되려 지지층을 결집해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 의혹으로 정치 공격을 당했던 때 지지층들이 분노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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