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곽순환고속도로(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땅값이 오르겠죠. 지주들은 호재죠.”
24일 경기 남양주 산 73-43·73-44번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배우자가 최 수석 퇴임 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이 땅에서는 굴삭기 1대가 기초 공사를 위한 땅 파기 작업에 한창이었다. 최 수석은 이달 초부터 1,119㎡(약 338평) 부지에 지하 주차장 82.6㎡(약 25평), 1층 면적 115.7㎡(35평) 크기로 총 200㎡(약 60평) 규모의 집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은 멀리 초록색 비닐로 덮인 고속도로 부지를 가리키면서 “직선 거리로 2km 정도 된다”고 전했다.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에 게재한 ‘2021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에 따르면 최 수석은 배우자가 경기 남양주 수동면 외방리 산 73-3번지 임야 3,839㎡ 중 36㎡, 경기도 남양주 수동면 외방리 산 73-37번지 임야 2,531㎡ 중 1,083㎡를 각각 990만 원, 2억 9,430만 원에 보유하게 됐다고 신고했다. 직전 재산 신고 때와 비교하면 서울 송파구 소재 다세대주택 전세권(4억 8,000만 원)이 사라지고 예금은 3억 6,555만 원에서 1억 8,944만 원으로 1억 7,611만 원이 줄어든 대신 토지 보유액만 3억 420만 원으로 늘었다.
최 수석의 부인 황 모 씨는 최 수석의 총선 낙선 직후인 지난해 5월 말 해당 땅들을 이미 계약했다. 그해 8월 10일 최 수석은 서류상 무주택자로 임명됐지만 실제로는 두 달여 전부터 주택 부지를 점유했던 셈이다. 최종 매수일은 지난해 11월 29일이었고, 등기는 올해 2월 8일 접수했다.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청운동 관사에는 토지 매매 잔금을 치를 때쯤인 지난해 11월 입주했다. 기존 전세금 4억 8,000만 원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완납받지 못해 총재산은 7억 622만 원에서 3억 8,599만 원으로 3억 2,023만 원 감소했다.
다만 최 수석이 신고한 토지 지번은 실제 지번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황 씨가 사들인 땅은 경기 남양주 수동면 외방리 산 73-37번지와 산 73-3번지가 아니라 같은 동네 산 73-43번지 임야 36㎡, 산 73-44번지 임야 1,083㎡였다. 최 수석 측은 이에 대해 퇴임 후 들어가 살 주택 부지용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실거주 주택 용지이고 현재 토목·기초공사 중”이라며 “산꼭대기에 있는 데다 수도권 정비법에 묶여서 개발 가능성도 없는 땅이라 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 남양주 수동면은 최 수석이 내리 3선을 한 남양주갑 지역구에 속한다. 또 2018년 12월 착공에 들어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천-화도 구간과 인접해 교통 호재가 있는 곳으로도 분류된다.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외방리 쪽은 매물로 나온 게 거의 다 팔려 남은 게 없다”면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로 (땅값이) 앞으로 최소 50%는 오른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남양주=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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