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북한이 전날 시험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탄두 중량 2.5t급의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히자, 미국·유럽연합(EU)·유엔(UN) 수장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에 나섰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국방과학원은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 발사한 2기의 신형전술유도탄은 조선 동해상 600km 수역의 설정된 목표를 정확히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시험 발사 현장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탄두에 핵이 아닌 재래식 고폭탄을 탑재해도 소형전술핵의 파괴력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기 관련 전문 기사: https://www.sedaily.com/NewsView/22JYHBQYQ5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유보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와 관련해 “계속해서 한미 간 관련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보도 내용과 관련해 “어제 합참(합동참모본부)에서 기술 제원 관련 분석을 추가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분석이 나오면 외교부, 통일부 등 유관 부처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신형전술유도탄 보도에 대해 묻자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당대회 등 통해서 핵능력 고도화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엄중한 인식과 함께 우리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지난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대북정책과 관련해 강경 기조 발언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첫째, (북한이) 시험한 그 특정한 미사일로 인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위반됐다"며 북한을 겨냥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또한 일정한 형태의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 위에 조건한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미국이 안보리가 아닌 대북제재위 회의를 요청한 것은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에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한반도 정세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 관련 당사국들과의 외교적 관여를 재개할 필요성가 있다”며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외교적 관여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도 북한을 향해 대화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 영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공고히 했다. 나이젤 애덤스 영국 아시아 담당 국무상은 “북한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이자 역내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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