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재외공관 직원들의 근무 기강이 극도로 해이해지고 있다. 지난해 외교부가 재외공관 10곳만 집어 자체감사를 해보니 부정한 사례만 116건이 쏟아져 나왔다. 재외공관의 수장으로 가장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사가 승인도 없이 배우자와 함께 출장을 떠났고 직원들은 특근비를 빼돌려 주머니를 채우기도 했다. 외교부가 대대적인 근무실태 감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재외공관 10개소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 총 116건의 ‘기관주의’ 조치가 통보됐다.
주(駐)인도대사관이 21건에 달했고 주포르투갈대사관은 19건의 기관 경고를 받았다. 주프랑크푸르트와 주교황청도 각각 13건, 주유네스코대사관도 11건, 주첸나이대사관도 10건의 기관경고가 내려졌다.
주남아공대사관의 경우 대사부터 나서 근무지침을 위반했다. 남아공대사는 배우자와 함께 본부의 승인도 없이 총 4차례에 걸쳐 동반출장을 다녔다. 이 과정에서 혈세 3,008달러(약 339만 원)을 썼다. 또 영사수입금을 행정직원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급받고 자금출납부도 작성하지 않는 등 회계투명성을 훼손한 사례도 적발됐다.
가장 많은 경고를 받은 주인도대사관은 행정직원이 비밀자료를 보안USB 등에 보관하지 않고 일반자료로 취급하다 적발됐고 허위영수증을 만들어 특근매식비로 집행하기도 했다. 주교황청대사관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325유로(약 441만 원)을 특근매식비를 규정을 위반하여 집행했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주포르투갈대사관은 선물용 주류가 행정시스템상 재고보다 27병이 부족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프랑크푸르트총영서관은 공관 직원이 부담해야 할 주택의 월 임차료를 공관예산으로 지급하다가 이번 감사에서 걸렸다.
김기현 의원은 “외교부의 근무 기강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재외공관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고 외교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펜데믹 상황에서 우리 재외공관의 근무실태에 대한 면밀한 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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