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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최초 타이틀은 모두 나의 것, "충성! 평생군인 꿈꾸는 원사 김정아입니다"

여군 첫 천리행군, 첫 특전사 부중대장 등 31년 군생활 화려한 기록 다수 보유

"평생 좋아하는 일 하고 있어 행복할 따름"…아들 군대 보낼 땐 걱정 앞서는 천상 엄마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교사의 추천으로 군인이 됐다는 김정아 특전사 원사는 31년째 군 생활을 하고 있다./사진=이호재 기자




김정아(50) 육군 원사는 특전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하고 있는 여군이다. 지난 1990년 부사관으로 임관한 후 31년째 특전사에 있으며 힘들고 위험한 각종 훈련을 모두 소화해내면서 부대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현 소속은 특전사 귀성부대다. 인천의 귀성부대 인근에서 만난 김 원사의 첫인상은 군복 입은 평범한 여성이었다. 다른 여군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 원사의 군 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었다.

31년째 특수전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정아 원사는 특전사 내에서 여러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여군 첫 천리행군 완주, 공수훈련(전술강하) 100회 이상, 여군 첫 특전사 부중대장, 태권도·특공무술·유도·합기도 등 총합 10단, 세계군인체육대회 태권도 부문 은메달·동메달 수상 등 그의 군 생활 이력만 들어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그는 특전사에서 여군뿐 아니라 모든 대원 사이에서 모범적인 선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반갑다. 특수전사령부에 근무하는 여군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여군이 특수전사령부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다들 의아하게 생각한다. 특전사라고 하면 힘든 훈련·교육 등을 주로 하는 부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특별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여군도 다른 대원들과 같이 훈련·교육을 받는데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군대에는 ‘군인’이 있지 ‘여자’, ‘남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 ‘특전사 훈련의 꽃’ 또는 ‘특전사 훈련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천리행군을 완주한 첫 여군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어떤 훈련인가.

“천리행군은 무거운 군장을 메고 400㎞(1,000리)를 6박 7일간 걸으면서 정신력과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훈련이다. 실제 걷는 길이는 700㎞에 달하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이게 어떤 훈련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을 거다. 2005년 11월 이 거리를 완주했다.”

-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천리행군 당시 완주 100㎞ 정도를 남겨놓고 발이 너무 아파 군화를 벗어보니 내성 발톱으로 인해 피범벅이 돼 있었다. 의무 담당 하사가 이를 보고 어떻게 이런 발로 걸었느냐며 경악하더라.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다.”

- 그 어렵다는 공수훈련도 무려 100회 넘게 완수했다고 들었다. 100회 정도 하면 공수훈련도 익숙해지나.

“공수훈련에 들어가면 무섭고 떨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도 무사히 지상에 발을 딛자’라는 바람으로 훈련에 임한다. 낙하산을 포장하는 용사를 믿지 않으면 항공기에서 절대 뛰어내릴 수 없다. 나의 생명이 낙하산에 달려 있으므로 그 순간만큼은 낙하산에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한다. 뛰어내릴 때마다 낙하산을 정비하는 용사들이 실수 없이 잘 포장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전투복에 새겨져 있는 노란별이 눈에 띈다. 공수훈련을 100회 이상 소화해내야 받을 수 있다는 그 별인가.

“부사관 임관 다음 해인 1991년 첫 공수훈련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107회의 고공낙하(전술강하)를 마쳤다. 전투복에 있는 공수휘장은 공수훈련을 마친 특전사 대원이 부착하는 거고, 그 휘장에 있는 노란별은 100회 이상 강하한 군인에게만 새겨준다.”

- 위험한 훈련이라 본격적으로 훈련하기 전 사전 훈련이 필요할 듯하다.

“맞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훈련으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훈련이다. 공수훈련은 훈련 대상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훈련이라 그 과정이 까다롭다. 우선 일주일가량 체력훈련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고공낙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 이후 또 일주일 동안 낙하 시 필요한 동작을 지상에서 반복하는 지상훈련을 하고, 이를 마치면 실제 강하(낙하)를 하게 된다.”

- 다양한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최초 여군 부중대장도 그중 하난데, 처음 부중대장이 됐을 때 어땠나.

“2005년 10월 현재 근무하는 귀성부대로 전입했을 당시 이곳에 여군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막 전입 온 나를 대대장님이 믿고 부중대장을 맡겨 감사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중대원들도 함께 훈련을 하면서 정이 들었고, 16년이 지난 지금 전역한 중대원도 많지만 아직도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지낸다.”

김정아 원사는 군 생활을 하면서 ‘전우애’를 가장 중요시 했다고 한다./사진=이호재 기자


- 중대원들과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나.

“내륙전술훈련을 앞두고 중간에 낙오하지 않고 반드시 완주하기 위해 훈련에 돌입하기 전 40㎏의 군장을 메고 부대 울타리를 뛰면서 체력을 다졌다. 훈련 때 내륙을 돌면서 진행되는 종합전술훈련과 행군을 하면서 중대원들과 각별한 사이가 됐다.



- 특전사는 위험한 훈련을 많이 받다 보니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이 훈련들을 큰 문제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훈련에 들어가면 교관들로부터 수차례의 정신교육과 혼을 빼놓는 듯한 체력 단련 등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전사 훈련을 쉬운 훈련, 어려운 훈련으로 구분하기 어려운데 여러 훈련 중에서 해상척후조 훈련은 특히 긴장되고 힘들었다. 해상척후조 훈련 때는 아무런 장비 없이 5m의 물속에서 전방 25m가량을 헤엄쳐 나와야 하는데 극한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의 신조가 평소 생활에 체득돼 있어 안 되면 되게 한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더니 무사히 훈련을 마칠 수 있었다.”

- 각종 무술에서도 유단자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나가서도 입상했다고.

“1993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때 태권도 한국 군 대표 선수로 나가 동메달을 수상했다. 다음 해 페루에서 개최된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현재 부대에서 태권도 교관을 맡고 있는 태권도 세계 무대에서 메달을 딴 후 태권도 경기심판과 사범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국방부장관기 태권도 대회 심판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태권도 6단, 특공무술 2단, 합기도 1단, 유도 1단 등 무술의 총합이 10단이다.”

- 아들이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것으로 안다. 군인이라, 아들을 군대에 보냈을 때 느낌은 여느 엄마와 달랐나.

“당연히 가야 하는 군대를 보내는 것이어서 마음이 공허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 걱정하는 심정은 모든 엄마들과 같았다. 아들이 군 생활을 무탈하게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앞섰고, 휴가 나왔을 때 군인이 된 아들의 든든한 모습을 보니 감동도 밀려왔다.”

- 군인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여군에 지원하게 됐다.”

- 교사의 추천으로 군인이 됐는데, 군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나.

“‘군인’ 그리고 ‘군대’는 나에게 ‘산소’와 ‘공기’ 같은 존재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 평소에는 그 중요함을 모르고 생활할 때가 많지만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다. 아침에 군복을 입고 부대로 출근하지 않으면 공허한 마음이 들어 빨리 출근해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길 정도인 것을 보면 군대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행복한 사람다.”

-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 한 것은.

“아무래도 전우애다. 애창 군가도 ‘아리랑 겨레’를 좋아한다. 이 군가에서 ‘끈질기게 지켜온 아침의 나라 옛날 옛적 조상들은 큰 나라 세웠지’라는 가사가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나라는 혼자서 지키는 게 아니고 함께해야 하는 것이며, ‘우리도 꿈을 키워 하나로 뭉쳐 힘세고 튼튼한 나라 만드세’라는 가사는 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우애로 뭉쳐야 하는 군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 후배 군인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입대해서 전역할 때까지 군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누구도 여러분들을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고, 칭찬하면서 자존감을 높여가라. 나는 돌이켜보면 군인이라는 직업을 좋아하면서 군 생활을 했는데 후배들도 자신의 일에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기 바란다.”

- 마지막으로 여군으로서, 여군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

“여군은 본인 스스로 선택해 걷는 길이며 그게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진급에 대한 스트레스 등 다양한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이럴 때 전우들과 함께 조화롭게 생활하면서 슬기로운 극복 방법을 나름대로 찾기 바란다.”

/인천=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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