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올해 1분기에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핵심 분야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20%가량 감소해 향후 행보가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23일(현지 시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변동 없이 185억 7,000만 달러(약 20조 7,7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79억 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인텔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년 전보다 1% 낮은 1.39달러를 기록했지만 역시 시장 예상치(1.15달러)보다는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PC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인텔 실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노트북용 칩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전체 PC 판매량은 38%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전체 사업에서 대략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분야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은 가장 마진이 높은 분야라 더욱 더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쟁 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아마존 등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진 업체들이 직접 칩 설계와 제작에 나서는 추세를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 결과 예전에는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썼던 업체들이 인텔 칩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세계 1위인 엔비디아가 최근 데이터센터용 CPU인 ‘그레이스’를 출시하는 등 경쟁사의 도전도 거세다. 미세 공정에서의 획기적인 진전을 통해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면 인텔이 급격히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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