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30일 출범 100일에 앞서 검사·수사관 인선을 마무리하는 등 ‘1호 수사’ 착수를 위한 본격 담금질에 돌입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 의혹과 기소·이첩을 놓고 검찰과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공정성 논란, 규정 정비 등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특히 이 지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이 ‘허위 보도자료 배포’ 의혹으로 번지면서 공수처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1996년 이후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는 산고 끝에 출범한 공수처의 앞날에 대해 ‘공직자 부패를 척결해 권력형 비리를 근절한다’는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공수처가 지금같은 시행착오와 아마추어리즘을 스스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정치권의 지적대로 수사기관의 ‘옥상옥’, ‘정권 수호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최근 문상호 공수처 대변인 등 관련자들에게 소환 통보했다. 공수처는 지난 2일 이 지검장 조사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2호차(소나타)가 체포피의자 호송용으로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해 뒷자석에 문이 열리지 않아 1호차(제네시스 G90) 제공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차량이 일반 업무용으로 밝혀지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고 결국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이어졌다. 특히 김진욱 공수처장이 고발 명단에 포함돼 검찰이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보도자료도 공문서’라는 측면에서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이 김 처장을 기소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1호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 공수처 수장이 타 사정기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공정·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이 지검장 황제조사 의혹은) 김 처장이 자초한 것”이라며 “김 처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어떤 수사를 하더라도 신뢰나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공수처법 명시된 감찰 등으로 충분히 진위 여부를 가리고 적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사건에 대한 기소·이첩을 놓고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으면 검찰이 수사한 뒤 돌려보내 공수처가 기소한다’는 기소 유보부 이첩 조항을 법제화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형사소송법 등에 검찰 공소 제기 범위를 제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평행선을 걷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 자의적 판단으로 두 사정 기관 가운데 한 곳이 다른 쪽에 수사만 하고 다시 가져오라는 건 수사 구조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 출신 신평 변호사는 “(기소 유보부 이첩은) 현행법상 가능하다고 보이지만 법원의 판단은 받아야 한다”며 “검찰 기소를 법원이 ‘공수처에 기소권이 있다’며 공소 기각 판단을 내릴 경우 기소 유보부 이첩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건 이첩 시기도 양측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공수처는 ‘강제 수사가 진행돼도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24조(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1항이 근거다. 반면 대검찰청은 형사소송법 197조의 4(수사의 경합)에 따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해당 조항에 따라 검사는 동일 범죄를 수사할 때 경찰에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예외로 둔다.
/안현덕·이진석·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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