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자치구의 견제 속에 협치의 시험대에 올랐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유치원으로 무상급식 확대, 도시계획 분야 시·자치구 간 사무 권한 조정이 최근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25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인호 의장은 지난 9일 “지금 광화문광장 공사를 중단하면 혼란만 초래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19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무상급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오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선거운동 기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고 지난 2011년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 도입 문제로 시의회와 대립하다 시장직을 사퇴했다는 점에서 최근 김 의장의 발언은 견제 의도가 다분하다는 해석이다.
오 시장은 취임 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고 유치원 무상급식 실시 여부는 담당 부서의 보고를 받고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의회는 최근 서울시 실·국장급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9일자로 도시교통실장·행정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민주당은 “집행부(서울시)와 안건을 논의해야 하는 회기 중 굳이 주요 실·본부·국장을 바꾸면 의정활동에 큰 불편을 초래하며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당 소속 김정태 운영위원장도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14일 오 시장과 상견례에서 ‘서울시-자치구 사무권한 재정립을 위한 연구’ 용역 결과를 근거로 도시계획 사무에서 자치구 권한 확대를 요청했다.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도지역 변경에 대한 서울시의 권한을 자치구로 넘겨 달라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담당 부서별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협의회는 지방자치 원칙 구현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학술 용역 결과에 따른 요청으로 정치적 고려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사업 권한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의회·자치구가 오 시장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겠지만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25개 구 전체에서 모두 승리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 여론을 의식하면 대립을 지속하는 것은 부담 요인”이라며 “오 시장과 시의원·구청장 모두 지방선거 전까지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립보다는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