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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홍색 관광





중국 허베이성 시바이포(西栢坡)는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이 1949년 베이징 입성에 앞서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농촌 지휘소가 자리한 곳이다. 이후 중국 지도자의 시바이포 방문은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1991년 시바이포를 방문해 부패 척결 의지를 밝혔고, 후진타오 전 주석도 2002년 총서기직에 오른 직후 이곳을 찾았다. 올해 초 시진핑 국가주석은 시바이포 공산당원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단합은 쇠처럼 강하다”고 강조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노동절 연휴(5월 1~5일)를 앞두고 시바이포를 비롯해 중국의 주요 혁명 성지가 홍색 관광 열풍에 휩싸였다. 특히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보상 심리 등으로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홍색 관광(紅色旅遊)’이란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유적지 등을 여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중국 공산당판 ‘성지순례’인 셈이다. 홍색 관광은 후진타오 집권 시절인 2004년부터 활성화됐다. 당시 중국 정부가 ‘2004~2010년 전국 홍색 관광 발전 계획 요강’을 발표한 뒤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추진됐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따르면 2016~2020년 홍색 관광에서 20~39세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57.3%에 달한다. 시진핑 시대에 과도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첫 세대인 이들은 강한 중화사상에 물들어 있다. 중국에 대한 비판에 맹목적 적개심으로 사이버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심지어 김치·한복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생떼를 쓰는 등 ‘동북공정’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중국은 더 이념에 집착하면서 팽창주의를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운운하며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계속해왔다. 여당 출신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국은 두렁 사이를 걷는 소다. 미중 양쪽 두렁의 풀을 다 먹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제정치 현실에서 줄타기 외교는 매우 위험하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홍색 태풍에 맞서려면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할 말을 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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