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에서 가장 먼저 가보려고 마음먹은 곳은 백수도로였다.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16.8㎞에 달하는 해안 도로로, 2011년 국토해양부의 제1회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서해안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영광에 도착하니 아쉽게도 해가 진 후라 하는 수 없이 이튿날에야 해안 드라이브에 나섰는데, 이른 아침 햇살 속에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풍광이 과연 압권이다. 해안 도로 아래에 목재 데크로 조성된 3.5㎞의 해안 노을길은 바다 위를 걸으며 호젓하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노을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길이 끝나는 곳 북쪽에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노을전시관을 비롯해 펜션과 음식점들이 있어 쉬어 가기에 적당하다.
‘영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굴비,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법성포 굴비다. 서화주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조기는 원래 동지나해에서 한반도 북단 신의주까지 이동하는 회유성어족으로 조기가 영광 칠산 앞바다를 지날 때 알배기가 되고 가장 맛이 좋아 예로부터 생조기와 말린 굴비의 산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영광은 굴비뿐 아니라 법성포 새우 등 다른 해산물로도 유명하다.
바다에서 온 것은 생선뿐만이 아니다. 불교가 바다를 건너와 영광으로 상륙했다.
법성포는 백제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에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들어와 백제에 불법과 불도를 전한 곳이다. 법성포라는 이름부터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마라난타가 세운 사찰인 불갑사는 보물 830호 대웅전과 1377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을 비롯해 팔상전·칠성각·만세루 등 여러 문화재를 품고 있다. 불갑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해 외국인들을 비롯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절 주변에는 천연기념물 제112호 참식나무가 자생할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 있다.
영광은 원불교의 고장이기도 하다. 원불교의 발상지인 영광군에는 박중빈(1891~1943) 대종사의 생가인 구호동 집터를 비롯해 기도터였던 마당바위, 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노루목대각지, 최초의 교당인 구간도실터 등이 있고 원불교 영산선학대학교가 있어 원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종교 유적지를 둘러본 다음에 찾은 곳은 높은 111m의 전망대 ‘칠산타워’다. 칠산타워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광활한 서해와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굽어보고 있다. 3층에 전망대가 있는데 3층이라고는 해도 높이 100m가 넘으니 이곳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서 해설사는 “칠산대교는 원래 영광군과 무안군의 앞 글자를 한 자씩 따서 영무대교라고 불렸지만 요즘은 두 지역 앞에 펼쳐진 칠산 앞바다의 이름을 따서 칠산대교로 고쳐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광 앞바다에 펼쳐진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이곳 염전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해 질 좋은 소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천일염은 보통 4월부터 10월까지 만들어지는데 영광 염전은 소금의 품질 못지않게 풍광도 뛰어나다. 기자가 둘러본 영백염전은 염전 내 시설이 깨끗이 정비돼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없다. 해가 뜨고 질 무렵이면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염전 풍경을 렌즈에 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 해설사는 “영광군 내 염전은 염산면 송암리·야월리·두우리와 백수읍 하사리에 주로 산재해 있다”며 “염산면에서는 소금 모으기, 운반하기, 수차 돌리기 등 염전 체험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글·사진(영광)=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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