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과거 30년 평균 대비 1.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도 증가하는 등 지구온난화와 연관된 극한기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기상청은 지난 109년간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 강릉 6곳에서 관측된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친 기후 변화 추세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 연평균 기온이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1.6℃ 상승했다. 10년마다 0.2℃가 상승한 셈인데, 특히 각각 10년마다 0.26℃, 0.24℃ 오른 봄과 겨울의 상승폭이 가팔랐다.
기온 상승 폭은 내륙·해안 여부, 도시화 정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내륙이자 대도시인 대구와 서울은 기온이 각각 2.0℃, 1.9℃로 오른 데 반해, 목포는 0.8℃ 상승에 그쳤다.
아울러 연간 강수 일수는 줄어든 데 반해 연 강수량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연 강수량은 매 10년마다 17.71mm씩 증가했고 반대로 강수 일수는 감소했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mm 증가했고, 강수 일수는 21.2일 줄었다. 강수량의 겨우 계절 별로 보면 여름에 가장 많이 늘었고 가을과 봄이 그 뒤를 이었다. 겨울 강수량은 되레 줄었다.
특히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폭염·열대야 일수도 분명한 증가세를 보였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최근 30년 각각 1.0일, 8.4일 늘어났다. 반면 한파·결빙 일수는 4.9일, 7.7일 줄었다.
기후가 급변하면서 계절·절기 간 경계도 흐트러지고 있다.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그 사이 봄과 여름 시작일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이에 따라 최근 30년 기준 여름은 약 118일에 달했고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았다.
한국의 온난화 진행 속도도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지난 109년 간 전세계 기온이 13.7℃ 상승할 때 한국은 이보다 0.8℃ 높은 14.5℃ 올랐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도 같은 기간 세계 평균보다 6.5ppm 높게 나타났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한다”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 중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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