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Aegis·영어명 이지스)’는 위력이 엄청나다. 방패를 한 번 흔들면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휘몰아쳐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한다. 모순적이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제우스의 번개도 거뜬히 막아낼 정도로 아이기스의 방어력은 막강하다고 신화는 전한다.
이에 착안해 미국 해군은 최첨단 탐지·공격 종합 시스템에 ‘이지스’란 이름을 붙이고 1983년에 첫 이지스함을 작전 지역에 투입했다. 최근에는 머스틴이라는 이름의 이지스함이 남중국해 부근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에 접근한 사진이 미 해군에 의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특히 머스틴함 지휘관이 난간에 다리를 걸친 채 중국 항모를 응시하는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머스틴함은 알레이버크급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으로 AN/SPY-1D(이지스 전투 체계)를 통해 900개 표적의 지속 추적이 가능하고 18개 표적과 동시 교전을 수행할 수 있다. 1990년 설계에 착수한 머스틴함은 2001년 1월 15일 기공돼 같은 해 12월 12일 진수를 거쳐 2003년 7월 26일 취역했다. 함명 머스틴은 미국 해군 항공대의 아버지 헨리 머스틴(1874~1923)을 비롯한 그의 일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붙인 것이다. 만재 배수량 9,200 톤에 길이 155m, 선폭 20m인 이 구축함은 350명의 승조원이 탑승해 취역 이후 18년 동안 자유세계를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 구축함 한 척이 필리핀 해역에서 중국 랴오닝함 전단의 진형을 깨고 한복판까지 들어가는 보기 드문 장면이 26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 구축함은 머스틴함으로 추정된다. 맞다면 랴오닝함을 노려본 지 3주 만에 힘을 보여준 셈이다. 급부상한 중국의 절제되지 않은 패권 추구로 남중국해 일대는 물론 한반도에까지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처럼 난간에 다리를 걸칠 정도까지는 못 돼도 중국이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한 군사력을 가져야 국가의 자존심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면할 길이 없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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