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이른바 ‘GAFA’로 불리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세금 부담률이 평균 15.4%로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과세가 어려운 무형자산으로 이득을 얻고 법인세가 낮은 지역에 자회사를 두면서 세 부담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018에서 2020년까지 3년간 전 세계 5만 7,000여 곳의 기업이 부담한 법인세를 법인세 차감 전 이익으로 나눈 세금 부담률을 분석한 결과 GAFA가 세계 평균(25.1%)보다 9.7%포인트 낮았다. 반면 전기·자동차·기계·화학·에너지 등 5개 업종의 세금 부담률은 평균 30.7%로 GAFA 평균의 2배였다. 특히 삼성전자(약 30%)의 세금 부담률은 GAFA의 두 배가량이나 됐다. 20% 초중반대의 도요타·지멘스·네슬레보다도 더 높았다.
IT 기업들이 유독 타 업종에 비해 세 부담이 낮은 것은 매출 발생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매출을 올려 이를 통해 얻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루벤 아비요나 미시간대 교수는 “GAFA의 세 부담이 가벼운 것은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이익의 상당 부분을 얻기 때문”이라며 “무형자산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매출 발생 국가가 아닌 본사 소재지 국가에 내는 현행 세금 부과 방식도 GAFA의 세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닛케이는 IT 기업들이 저세율 국가에 자회사를 두는 경우가 많고 라이선스 등의 형태로 각국에서 이익을 거둬 전체 세 부담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구글·애플·페이스북은 유럽 본부를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 조세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지자 각국에서는 거대 IT 기업에 대한 과세 규정 정비에 나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공통 최저 법인세율 도입을 제안했고 미국은 세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가 과세권을 나눠 갖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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