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휴학 중인 서울대 의대 학생들이 1학기 등록을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연세대·고려대에서도 등록 마감 이후 학교에 복귀 의사를 밝힌 의대생 수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의대생들의 ‘미등록 투쟁’ 단일 대오는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등의 복귀 결정으로 대규모 의대생 제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등록 후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만큼, 의대 교육 정상화를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 의대 재학생의 90% 이상인 700여 명이 수업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대 의대 의정갈등대응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학생들의 등록 찬성 비율보다 증가한 수치다. TF가 26일 밤부터 27일 오전까지 투쟁 방식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3분의 2가량이 등록에 찬성했다. ‘미등록 휴학으로 투쟁을 지속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총응답자 645명 중 기존에 휴학이 승인된 38명을 제외한 607명의 65.7%(399명)가 ‘아니오’를 택했다. 그러면서 TF는 “각 학년 공지방을 통해 학생회가 등록 절차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라며 “오늘 오후 2시까지 복학원 제출 및 수강 신청을 통해 등록 절차를 마무리해달라”고 덧붙였다. 등록 마감 시간인 27일 오후 5시를 앞두고 의대생들의 막판 등록이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TF는 학교 복귀를 선언하면서도 등록 후에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TF는 “미등록 휴학으로 투쟁을 이어나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등록 후 투쟁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0개 의대가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반려하기로 한 만큼 현재로서는 ‘수업 거부’를 투쟁 방식으로 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서울대 TF는 수강 신청은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세대 의대생도 서울대 의대생과 같은 길을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세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전날 휴학 방식을 ‘등록 후 휴학’으로 바꾸겠다고 학생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의 미복귀 단일대오는 사실상 붕괴됐지만 투쟁 기조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 만큼 의대생들이 1학기 등록을 마쳐도 수업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의대 교수는 “등록 자체가 정부 정책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의대생들이 등록 이후 수업에 참여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생을 대표하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역시 미등록 투쟁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의대협은 27일 “서울대와 연대 일부 동요가 있었지만 나머지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며 “적법한 휴학원을 우리 스스로 찢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40개 의대 중 처음으로 등록 후 투쟁으로 선회한 연대 의대도 직격했다. 의대협은 “대의원으로서 각 단위의 형평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39개 단위를 져버렸다”며 “사태 종결은 오직 총회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며 한 개인의 선언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두 대학 의대생들이 등록 의사를 밝히면서 의대생 대규모 제적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단 서울대와 연대 의대생들이 학내 의견을 수렴해 등록하기로 결정한 만큼 전원 복귀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려대의 경우 아직 학생들의 입장을 대표할 만한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등록 마감 직후 등록 의사를 밝히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어 미등록으로 제적을 통보 받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개 대학 의대생들의 복귀가 타 의대 학생들의 등록 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서울대를 비롯해 이화여대·부산대·영남대 등 7개 의대가 등록 모집을 마감한다. 대부분의 의대는 복귀 데드라인을 이달 말로 설정했다. 지방 국립대 의대의 한 교수는 “SKY의 등록 움직임은 다른 의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등록을 고심하는 타 대학 의대생들도 복귀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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