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사업체를 폐업한 뒤 새로 회사를 만들었다면 새 회사가 이전 회사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가 C사를 상대로 낸 동산 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 측은 지난 2012년 B씨와 토지와 건물을 약 16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B씨로부터 약 1억4,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미지급액을 확인하는 각서를 작성한 뒤 개인 사업체와 자신의 인장을 함께 찍어줬지만 B씨는 3년여 뒤 기존 사업체를 폐업하고 가족들과 함께 업종이 유사한 C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이전 사업체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했지만 A씨 측에 갚아야 할 채무는 제외했다.
A씨 측은 C사가 채무를 회피하려고 세운 기업이라며 B씨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사 측은 B씨 사업체의 산·채무 중 A씨에 대한 채무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빚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C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 이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재판부는 “B씨가 채무를 몰랐을 리 없다”며 “A씨에 대한 채무만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채무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법원도 “C 법인이 B씨와 독립된 인격체라는 이유로 A씨의 채무에 대해 B 법인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며 C사가 A씨에게 1억 4,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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