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반군부 활동을 벌이던 시인이 군경에 끌려가 고문받은 뒤 장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가족의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미얀마 현지 매체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사가잉 지역에 사는 시인 켓 띠(Khet Thi)는 아내와 함께 무장 군경에 끌려갔다. 켓 띠는 "그들은 머리를 쏘지만, 가슴 속의 혁명은 알지 못한다"는 문장 등의 작품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해왔다.
켓 띠의 아내는 "지난 토요일 군경에 끌려가 남편과 떨어져 각각 신문 받았다"며 "그들은 다음 날 아침 내게 전화해 몽유와의 병원으로 와 남편을 만나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도착했더니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고 장기가 제거돼 있었다"며 "병원 측은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조작한 것이 분명하기에 사망진단서를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는 "군인들이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려 했지만, 시신을 제발 돌려달라고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는 신문소에서 고문을 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켓 띠의 친척들은 시신에 고문 흔적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이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했으나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군경에 끌려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경우는 켓 띠가 처음이 아니다. 시신을 돌려받고 보니 장기가 사라졌다는 의혹 또한 꾸준히 제기돼왔다. 네티즌들이 군경의 '장기 탈취 밀매' 의혹을 제기하며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시신의 가슴 부위나 배 부위에 길게 봉합한 자국이 있다. 미얀마에서는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반군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해 시민 780명이 숨지고, 4,899명이 체포됐다.
각계각층에서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문화계 인사들도 열정적으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했다. 켓 띠를 포함해 미얀마 시인 최소 3명이 군경에 살해당했다. 3월 초 몽유와에서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다 총에 맞아 숨진 시인 크 자 윈(39)과 켓 띠는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켓 띠는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시 쓰는 일에 집중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쿠데타 발생 후 쓴 시에서 "나는 불의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만약 내게 살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1분을 내 양심을 깨끗이 하는 데 쓰고 싶다"고 적기도 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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