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화도를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책방 투어다. 시골 마을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작은 책방들은 단순히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라 출판부터 소규모 독서 모임, 작가와의 만남 같은 독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북스테이로 책방에서 하룻밤 묵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안 막히면 차로 1시간. 멀리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섬마을 책방 투어 명소 4곳을 소개한다.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책방 국자와 주걱’이다.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곳은 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만한 좁은 시골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만나볼 수 있다.
농가 사이 허름한 시골집에 ‘책’이라고 쓰인 낡은 간판이 전부다. 서점 주인 김현숙 씨는 지난 2015년 자신이 살던 집을 책방으로 개조해 이곳 문을 열었다. 이름은 강화에 거주하는 이웃 함민복 시인이 ‘책을 통한 행복 나눔’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줬다고 한다. 미음(ㅁ) 자로 지어진 시골집 가운데 안채는 서재 분위기로 꾸며졌다. 거실부터 부엌까지 온통 책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책은 여성·노동·사회·소설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2,000여 권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이틀 묵어가는 북스테이도 가능하다. 방에 틀어박혀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북스테이를 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하지만 책을 사러 간다면 아무 때나 들러도 된다.
일몰 명소인 낙조봉 인근에 자리한 우공책방은 북스테이 전문 책방이다. 과연 이런 곳에 책방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한적한 산골 마을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책방이다. 주인장은 ‘도끼발’로 등단한 김시언 시인이다. 그래서인지 나무에 관한 책 다음으로 시집이 많고 책방을 찾는 이들도 주로 시인이다. 윤석정·최지인·손택수 같은 젊은 시인부터 중견 시인인 함민복 시인도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손님이다. 북카페가 아니라서 커피를 맛볼 수는 없지만 손님들에게는 대추계피차를 대접한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서 하루 묵어가며 차로 5분 거리인 천년 고찰 적석사와 낙조봉을 들르기에도 좋다. 운이 좋으면 고가에 팔리는 고서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책방 옆 나무 공방에서는 빵 도마, 버터 칼, 펜던트 만들기 체험도 운영 중이다.
강화산성 동문 인근에 자리한 ‘딸기책방’은 지붕과 벽, 문까지 온통 하늘색으로 칠해진 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겉모습만 보면 딸기가 그려진 카페가 연상되지만 그림책을 파는 책방이다. 아동 및 성인을 위한 그림책 5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 책방은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던 위원석 대표가 독립해 201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의 특별함은 그림책을 사고파는 것뿐 아니라 직접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을 비롯해 지금까지 20여 권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모두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독서 모임을 통해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도 만들고 있다. 책을 사러 왔다가 자신의 할머니 이야기로 등단하게 된 작가도 있다고 한다.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지만 소파에 앉아 구입한 책을 읽고 주인이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맛볼 수도 있다.
내가면 구하리에 자리한 ‘이루라책방’은 동화 작가 김영선 씨가 운영하는 북스테이 전문 책방이다. 전원주택처럼 지어진 책방으로 예약자 외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내부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분위기다. 아동 도서부터 소설·경제·문학 등 다양한 책들이 3층 높이의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1시간당 1팀, 4인 이하로만 예약을 받아 방문객들이 책방 전체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숙박 공간은 2층과 3층으로 분리돼 있다. 3층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글램핑장으로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찾는다.
이외에도 그림책 6,000권을 보유한 ‘바람숲그림책도서관’과 강화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청운서림’, 정족산 자락에 자리한 ‘책방시점’ 등도 둘러볼 만한 책방들이다.
/글·사진(강화)=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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