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보고관들이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침해 관련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해명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13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초국가적 기업과 인권, 종교와 신념의 자유, 현대판 노예제, 고문, 인신매매 등을 다루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3월 12일 한국 정부에 위구르족 인권침해에 대해 문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고관들은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 자의적 구금, 인신매매 등을 나열하고서는 "한국의 기업들이 신장 지역을 포함한 중국 내 공급망 등을 통해 인권침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들이 인권침해 책임이 있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는 주장이다.
보고관들은 필라, 해지스, LG, LG디스플레이, 삼성을 언급하며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에도 인권침해 주장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서한이 발송됐다.
보고관들은 한국 기업들이 연루됐다는 주장의 정확성을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인권침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신장 및 중국 내 기업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들이 자신의 공급망에서 인권침해가 이뤄지지 않는지 감시하기 위해 중국 공장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이 제한되는 점도 우려했다.
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에 기업들이 사업 운영과 공급망에서 인권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 중인 법적, 정책적 조치와 계획이 있는지 문의했다. 또 공공조달 부문에서 위구르족 인권침해와 관련 있는 기업으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도록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물었다.
국내 기업과 관련해 인권침해를 당한 해외 피해자들의 한국 사법 절차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인권침해를 막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필요 조치를 시행하고,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가해자의 책임을 물으라고도 요구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 한국기업이 위구르족 인권침해에 연루된 중국 기업과 거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2일 보고관에게 알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된 조사는 진행 중이고 현 시점에서는 정부가 파악한 범위에서 그런(인권침해) 내용은 없다"고 답신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유엔에 소명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유엔으로부터 소명 요청을 받았고 이달 초 해당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LG 측은 보고관이 서한에서 언급한 LG는 LG전자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LG 관계자는 "LG전자는 신장위구르 지역 대상 협력사가 없고, LG디스플레이는 언급된 협력사 2곳 중 1곳은 거래관계가 없으며, 다른 1곳은 2020년 무렵 거래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고관들은 위구르족 인권침해를 강하게 비판해온 미국에도 같은 내용을 서한을 보내 아마존, 애플, 델, 갭, 나이키, 구글 등 수십개 기업이 연루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영국,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캐나다, 중국 등에도 해당국 기업들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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